의사 ‘파업’만은 절대 안돼
의사 ‘파업’만은 절대 안돼
  • 조창연 편집국장
  • 승인 2014.01.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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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전국의사 총파업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이로써 파업 여부를 둘러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대립으로 인해 소강상태를 맞았던 전국의사 총파업이 다시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병원협회는 불참을 선언했지만 소속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할 경우 진료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들까지도 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후의 투쟁수단을 지지하고 동참할 것을 선언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의료가 실로 위기의 끝자락을 넘어 절망의 단계에 처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를 원하는 젊은 의사들의 염원을 담아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전공의협의회가 던진 공을 의사협회가 냉큼 받는 모양새다.

하지만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가 원하는 바는 각각 다르다. 의사협회는 원격진료와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전공의협의회는 수련환경 개선이 목적이다. 물론 전공의들의 열악한 사정은 십분 이해한다. 레지던트 1년차의 주당 평균근무시간이 110시간에 이를 만큼 열악한데다 전공의협의회 장성인 회장이 밝혔듯이 일주일에 집에 한 번도 못가면서 3년차가 될 때만 기다린 상황에서 레지던트 1년차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한 정부개선안이 시행될 경우 당장 전문의시험을 앞둔 3·4년차 레지던트의 근무시간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파업은 피해야 한다. 의사는 그 존재만으로도 사회의 존경과 신망을 얻고 있다. 심지어 전쟁터에서도 의사에게는 총을 겨누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 까닭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누구든 병을 피해갈 수 없고 이로 인한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의사다. 의사는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이 히포크라테스 정신이기도 하다. 의료파업이 철도파업 등 다른 업종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파업의 실익 문제도 깊이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정말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까. 당장 가까운 예로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의사들이 거리에 나섬으로써 얼마나 큰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사들이 원하는 것은 편법과 불법을 종식시키고 올바른 의료제도를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투쟁은 어떤 경우에도 단기간의 실익에 집착하는 투쟁이어서는 안 되고 잘못된 의료제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투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바른 의료제도를 세우기 위해 의사들이 투쟁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면 과연 올바른 일일까. 과정과 목적이 모두 정당해야 비로소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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