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적 분만의료사고, 국가가 무과실보상해야”
“불가항력적 분만의료사고, 국가가 무과실보상해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9.1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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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신현영 의원, ‘분만인프라 붕괴와 의료소송의 현실’ 토론회 개최
토론회
오늘(15일) 국회박물관에서는 국내 분만인프라를 살리기 위한 ‘분만인프라 붕괴와 의료소송의 현실’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뇌성마비로 태어난 신생아의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며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산부인과 기피현상은 심화, 분만을 담당할 의료진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분만인프라를 살리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고자 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재형 의원(국민의힘),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오늘(15일) ‘분만인프라 붕괴와 의료소송의 현실’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재형 의원은 “안정적인 분만인프라를 갖추려면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안심하고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불가항력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부당한 책임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세미나에서 분만인프라의 현실을 점검하고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안심하고 진료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수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현영 의원은 “얼마 전 불가항력적인 분만의료사고에 대한 보상비용을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게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이 통과됐다”며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심도 있는 개선방안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1부
토론회 1부에서는 분만 관련 의료소송의 현실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는 1부 ‘분만 관련 의료소송의 현실’, 2부 ‘고위험산모 진료 필수인력의 붕괴와 대책’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는 ‘산과 의료소송의 증례 리뷰’를 주제로 경북의대 산부인과 성원준 교수, ‘분만 관련 의료소송의 법리적 해석’을 주제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고유강 교수가 연자로 나섰다. 이어 광주고등법원 제주재판부 강동훈 판사가 ‘의료소송의 실제에 대한 경험에 기초하여’,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변호사가 ‘분만 관련 의료소송의 판례의 경향’, 예진산부인과 오상윤 원장이 ‘분만 관련 의료소송의 경험’, 연합뉴스 김길원 기자가 ‘분만 관련 소송, 언론의 관점’ 등을 주제로 지정토의에 나섰다.

성원준 교수는 무분별한 분만 관련 소송은 의료진 부담을 가중시켜 분만기피와 방어진료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상 위험을 안고 있는 출산을 적극 장려하려면 불가항력적 사고에 관한 국가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국가 책임의 무과실보상을 도입해 소모적인 의료소송을 줄이고 산모는 빠르고 안정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가 잘 안착하면 의료진이 방어진료에서 벗어나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산과 의료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유강 교수는 “무과실 의료보상제도를 통해 의료과실이라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분담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욱 변호사는 “산과 기피현상과 낮은 분만수가 등을 고려해 분만 관련 신생아 뇌사사고 발생 시 의사 책임제한에 반영해야 한다”며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의 지급기준을 현실에 맞게 대폭 상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2부
2부에서는 고위험산모 진료 필수인력의 붕괴와 대책에 관해 논의됐다.

2부 토론은 경희의대 산부인과 설현주 교수가 ‘산과 의료소송이 의료진의 분만 기피에 미치는 영향’, 계명의대 산부인과 배진곤 교수가 ‘국가는 분만 관련 전문인력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설현주 교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분만을 담당한 의료인에게 면책권을 줘야 한다”며 “피해를 입은 산모와 가족에 대한 배상은 합리적이고 적정한 보상제도를 도입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진곤 교수는 출산인프라 재건을 위해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 도입 ▲산과 관련 수가 현실화 ▲산부인과 전공의, 산과 전임교수 지원제도 도입 ▲정부, 지자체, 기관의 분만실 운영의지 의무화 등을 주장했다.

지정토의는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 신욱수 과장(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의 방향), 성균관의대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분만 관련 전문인력 수급현황), 가천의대 산부인과 김석영 교수(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운영의 어려움), 강원의대 산부인과 황종윤 교수(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운영의 개선방안) 등이 토의자로 나왔다.

황종윤 교수는 “고위험산모의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치료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치료시설의 지역별 불균형, 고위험산모의 연계협력과 이송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예산 증액, 의료진 인센티브 지원 등을 통한 운영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진료환경 개선, 권역 내 응급산모 연계체계 강화 등으로 안전한 분만시스템 구축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욱수 과장은 “고위험산모와 신생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위험도에 따른 모자의료전달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며 “분만취약지 산모를 위한 지역 분만기관의 역할을 명시하는 등 지원책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별 차등 수가도입, 안전정책수가 신설계획, 고위험분만 지원을 위한 시설·인력 기준을 갖춘 분만의료기관에 대해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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