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심리학] 이혼에도 ‘애도기간’이 있다
[속 보이는 심리학] 이혼에도 ‘애도기간’이 있다
  • 강인희 기자
  • 승인 2014.02.0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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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 아플 때나 건강할 때’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말은 주례사의 단골멘트다. 하지만 요즘엔 이 말이 무색하다. 부부간 성격차이, 육아문제, 경제력, 부부생활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평생의 동반자가 순식간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배우자와 이혼하면 속이 시원해질까?

이혼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시기에는 일반적으로 우울, 불안, 적개심에 가득 차있다. 하지만 이혼 후 2~3개월은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한다. 이어 이혼 후 1년 정도 되면 결혼에서 오는 유대감이 지속된다. ‘고운 정 미운 정’이 다년간 든 탓에 여자는 자기도 모르게 새벽에 눈을 뜨면서 남편 아침식사를 차려주려는 듯 부엌근처를 서성댄다. 남자는 아내가 마치 자기를 기다리기나 하듯 귀가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간다.

미련도 있지만 알력도 있다. 따로 사는 상대방에게 전화 걸어 트집을 잡고 욕설을 퍼붓거나 반대로 그런 전화를 받으면서 같이 열을 올려 싸운다. 대개 돈 문제가 주가 된다. 자살소동을 벌이기도 하고 상대방을 협박하기도 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애도기다. 애도기는 의미 있는 애정대상을 상실한 후에 따라오는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애도는 주로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모든 의미 있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을 일컫는다.

애도기에는 떠나간 사람을 머리에서 지울 수 없다. ‘차가 고장 나면 누구에게 부탁해야 되나’ ‘집 팔아줬던 부동산 이름과 전화번호는 뭐더라’ ‘애들 학교선생님 성함은···’ 이런 걱정과 궁금증이 생기면서 갑자기 상대방을 만나 묻고 싶어진다. 또 자책감과 죄책감에도 사로잡히는 시기다. ‘상대방에게서 전화가 오거나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라는 긴장상태에서 노크소리와 전화소리에 깜짝깜짝 놀란다. ‘언젠가는 재결합하겠지, 아니 절대로 만나지 않는다’하는 식의 공상에 자주 사로잡힌다.

애도기가 지나면 고독기가 찾아온다. 한마디로 외로운 시기다. 길에서 화목해 보이는 부부와 아이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고독기가 지나면 두 가지 상호대립되거나 상호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양가감정상태가 된다. 이제 분노가 사그라지고 옛날 다정했던 시절을 회상한다. ‘다시 돌아갈까 말까’하는 상반된 생각이 든다. 또 ‘상대방이 혹시 다른 이성을 만나고 있지 않을까’라는 관심이 생긴다. 이 때문에 화가 나고 서글퍼지기도 한다. ‘한번 상대방과 점심이라도 할까’라는 생각도 들며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통계에 의하면 헤어진 남자의 2/5, 여자의 1/3이 이혼 후 5년이 지난 뒤에도 드문드문 전 배우자와 성관계를 유지한다. 물론 모든 이혼자가 이와 같진 않겠지만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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