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눈물과 전공의 처우개선
어머니의 눈물과 전공의 처우개선
  • 조창연 편집국장
  • 승인 2014.02.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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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에서 작은 행사가 열렸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로 근무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고 임상순 전공의를 기리기 위해 ‘임상순상(賞)’을 제정하고 기금전달식을 가진 것. 이제 교수가 된,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료·선후배들이 참석해 그를 추억하면서 안타까움을 나눴다.

“세상에는 잊혀지지 않는 일과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임 군의 일이 잊혀지지도, 잊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임 씨의 스승이자 임상순상 제정의 계기를 만든 한광협 주임교수의 말이다. 한 교수는 내내 마음의 빚을 지고 사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건강하고 젊었던 임 씨는 신장과 간, 췌장을 기증해 3명의 환자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

이 날 행사에서 임 씨의 어머니 진창덕 씨를 만났다. 진 씨는 만난 순간부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병원에 올 수가 없었어요. 제가 사고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는데도 이 병원에는 차마 올 수가 없더군요. 얼마 만에 오는 건지…” 떠난 아들의 모습이 못내 잊혀지지 않아 그간 학교와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그녀. 15년이 지났어도 가슴에 묻은 아들의 얼굴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전공의들이 성명서를 내고 전국 의사총파업을 지지하고 나선 일이 생각났다. 이들은 지금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레지던트 1년차의 주당 평균근무시간은 110시간이다. 하루 평균 16시간에 육박한다. 이 정도면 가히 살인적인 근무시간이 아닐 수 없다.

사고 당시 임 씨도 레지던트 1년차였다. 이른 새벽 병원으로 출근하는 길에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러한 일은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기도 어려울 만큼 과중한 업무로 인해 알게 모르게 임 씨와 같은 사고를 당한 전공의들도 여럿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전공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고 있는데다 인턴제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전공의 업무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하다못해 처우개선이라도 절실한 상황이지만 뾰족한 개선책이 없다. 게다가 병원은 병원대로 인건비 문제를 들면서 인력 보강이나 처우개선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전공의는 더욱 과중한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공의 수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근무시간만 제한한다고 그대로 된답니까. 이건 우리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입니다.”

전공의는 우리의 생명을 책임질 미래의 소중한 자원이다. 이들에 대한 투자와 교육은 굳이 우리 후손의 건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절대 아껴서는 안 될 일이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전공의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현실적용에 있어서는 상당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전공의들이 서로 양보해 연차별로 업무를 골고루 분산하는 한편 병원은 이들을 보조할 수 있는 인력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정부 역시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는 이렇게 허무하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평생 눈물짓는 어머니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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