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치료, 잘못된 믿음부터 고쳐야
정신질환치료, 잘못된 믿음부터 고쳐야
  • 김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승인 2014.02.21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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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진단기준 책이 있다. ‘정신질환의 진단분류편람’이라는 것인데 지난해 발표된 5판에 보면 불안장애를 9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중 주로 성인에서 흔한 것이 ▲특정공포증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범불안장애(일반불안장애라고도 함) ▲공황장애 ▲임소공포증 등 5가지다.

사실 4판까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생기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반복적인 생각·행동을 계속하는 강박장애가 불안장애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5판에서는 이들이 독립해 나갔다. 이들 질환은 분명히 불안증상이 중요한 측면이지만 원인, 기전, 치료, 예후 등이 일반적인 불안장애와는 다른 점이 많아 쉽게 말해 분가한 것이다.
김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특정공포증은 어떤 대상에 대해 예외 없이 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병이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 높이, 장소, 질병, 주사 등이지만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대상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대상은 다양하다. 미인공포증, 의사공포증, 목욕공포증, 구멍공포증 등 매우 다양하다. 누구나 뱀이나 바퀴벌레를 무서워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그 공포의 크기는 정말 심각할 정도다.

특정공포증은 모든 정신질환 중 가장 흔한 병이다. 특히 여성에서 그렇다. 하지만 실제 치료받으러 병원에 오는 경우는 매우 적다. 필자의 초등학교 동창도 닭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그는 전혀 문제가 없다. 치킨은 안 먹으면 되고 살아있는 닭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생활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살아 있는 닭을 목격하면 100m 앞이라도 혼비백산해 도망간다.

치료방법은 행동치료 중 특히 점진적노출치료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치료는 상상에서 시작해 점차 실제 공포증 대상 앞에서 불안을 줄이는 연습으로 진행된다. 반대로 약물치료는 효과가 적다. 심리치료 중 가상현실을 이용한 노출치료, EMDR, 최면, 인지행동치료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사회불안장애나 사회공포증은 사람들 앞에서 생기는 특수성이 있으며 그 경과와 치료반응이 공포증과 다르다. 주로 청소년기에 시작되고 다른 불안장애와 마찬가지로 여성에서 더 많다. 이중 실행형은 발표나 공연 등 사람들 앞에서 실행하는 경우에 국한된다. 일반적으로 사회불안장애는 인지행동치료가 제일 효과적이며 특히 집단으로 하는 경우 효과가 좋다고 알려졌다. 약물치료는 50% 정도의 환자에서만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나 증상이 심한 경우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사회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에 예민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어떻게 얘기하는지, 떨리는지, 자세가 어떤지, 얼굴이 붉어지는지 등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치료는 이러한 잘못된 믿음을 고치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회불안장애는 단순히 내성적이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발견이 늦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 우울증이나 자살기도 같은 합병증이 생긴 뒤 치료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중요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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