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좀먹는 ‘달콤한 탐닉’
마음까지 좀먹는 ‘달콤한 탐닉’
  • 강인희 기자
  • 승인 2013.01.18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대 중독에서 벗어나자 ③인터넷중독

가족간 소통 부재 주요원인
고등학생 중독률 가장 심각
묻지마 살인·우울증으로 번져
 
요즘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가정불화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사들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인터넷 상에서 인기 있는 게임을 흉내 낸 ‘묻지마 살인’이나 포르노를 탐닉한 끝에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 등은 인터넷을 통한 폭력적·선정적인 장면에 장시간 노출돼 현실 판단이 흐려짐으로써 일어나는 부작용들이다. 이런 부작용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픽 = 스포츠경향 이은진 기자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1년 만5세부터 49세 인터넷사용자를 대상으로 인터넷중독률을 조사한 결과 중독률은 7.7%, 중독자 수는 233만9000명이었다. 2010년보다 중독률은 0.3% 감소했지만 조사대상 연령이 확대됨에 따라 중독자 수는 59만6000명이 증가했다. 인터넷 고위험군 비율은 2010년보다 0.3% 증가했다.
 
문제는 인터넷중독이 유아와 청소년들에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 이번에 처음 조사된 유아동(만5~9세)의 인터넷 중독률은 7.9%로 성인의 6.8%보다 높았고 청소년 중독률은 10.4%로 조사됐다. 고등학생의 인터넷중독률은 12.4%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생 중 4.1%는 고위험군에 속해 2.1%를 기록한 초?중학생 고위험군의 2배가 넘었다.
 
청소년들은 인터넷중독에 빠질까. 전문가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청소년들이 학업과 학원 등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풀 놀이도구로 인터넷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이유로 꼽았다.
 
인터넷 중독의 유형은 ▲은둔형 ▲망상형 ▲생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운둔형은 학교를 멀리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온라인게임만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해당되며 사회적 위험은 비교적 적지만 인터넷게임에서 형성된 유대관계가 상실될 경우 망상형으로 발전될 수 있다.
 
은둔형의 다음단계는 망상형. 이 증세는 정서적 불안·혼란 등 심리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한 경우 보복정신장애와 함께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망상형에서 보다 악화 되면 인터넷게임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탐하는 생계형에 이르게 된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인터넷게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온라인 게임을 통해 구축된 유대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기 않아 다른 캐릭터에 대해 배신과 사기행위를 일삼게 된다.
 
강릉영동대학교 사회복지과 김규광 교수는 “인터넷에 중독되면 인터넷사용에 대한 욕구가 극도로 강해지고 자율적 통제가 어려워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불안, 초조, 우울증과 같은 금단현상을 보인다”며 “더욱이 성인에 비해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이 인터넷에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가정과 학교생활 그리고 사회생활까지 크게 지장을 받게 돼 가족과의 갈등심화, 학업부진, 대인관계 축소와 같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얼마나 될까.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최대 10조10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에서는 인터넷중독의 폐해를 막기 위해 각 부처별로 각종 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인터넷중독 관련 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동대학교 심성만 교수는 지난해 11월 민주통합당 대선대책위 동행2본부가 개최한 정책간담회에서 “다수 부처가 개별법에 근거해 인터넷 중독 예방·해소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인터넷 이용환경 개선, 인터넷 중독예방, 상담활동에 대한 종합적 관리규정이 미흡해 정책 중복, 연계 미흡, 예산낭비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인과 가정 뿐 아니라 사회·국가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인터넷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독에 이르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인터넷중독 예방은 무엇보다 부모와의 대화가 중요한데 부모들은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먼저 인정하기보다 ‘자식이 저모양이니 내가 안 그럴 수 있겠냐’는 하소연과 함께 자신들의 말과 행동의 정당성만 주장 한다”며 “인터넷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으로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느껴질 경우 ▲하루 중 컴퓨터를 켜고 끄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 꼭 지키기 ▲밀폐된 공간이 아닌 거실 등 공개된 공간에서 컴퓨터 사용하기 ▲컴퓨터를 오락과 휴식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기 ▲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 활동 시간 늘리기 ▲인터넷 외에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한활동 찾기 ▲접속시간 바꿔보기 등 실천 가능한 규칙을 정해 컴퓨터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서울시립아이윌센터 정현정 상담사
“부모들 순간의 편의 위해 스마트폰 사용 묵인 안돼”
 
성인에 비해 자제력이 부족해 쉽게 인터넷중독에 빠질 수 있는 청소년. 서울 ‘창동아이윌센터’에서 청소년 인터넷중독 상담을 하고 있는 정현정 상담사를 만나 이들을 위해 가정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들었다.
 
-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들의 성향은?
 
상담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나는 중독이 아니다’ ‘남들도 이정도 하는데 엄마가 지나친 것’이라며 스스로 인터넷중독을 부정하는 부류와 인터넷 중독을 스스로 인지하는 또 한 부류가 있다.
 
- 청소년들이 인터넷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정현정 창동아이윌센터 청소년인터넷중독 상담사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단순하다. 게다가 인터넷을 대체할만한 다른 놀이가 없는 것이 문제다.
 
- 환경?정서적 문제도 원인이 되는가?
 
한국정보화 진흥원이 인터넷중독 실태조사를 한 결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중독률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저소득층자녀, 한부모가정 순으로 조사됐다. 부모와 같이 있는 시간이 적거나 대화가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위험성이 많다.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인터넷 사용시간을 정해 약속한 시간과 날짜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청소년들과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 하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스마트폰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다수 부모들이 순간의 편의를 위해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묵인한다. 하지만 이를 차단하지 않으면 인터넷중독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