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1만명…재범률 30%
2차 강력범죄 국가질서 위협
몇 년 전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다”라는 한 연예인의 발언은 국민들 사이에서 거센 논란을 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도취·환각상태가 심각한 대마초는 국내법상 엄연한 ‘마약’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마약류 사용은 대개 사람들의 눈을 피한 음지((陰地)에서 이뤄지고 뉴스를 제외하고는 접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마초, 히로뽕, 헤로인 등 마약류의 대략적인 구분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국민들이 이처럼 마약에 무심한 사이 마약을 사용하거나 공급하는 사범은 최근 5년간 평균 1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1회 이상 마약전과가 있는 사람의 경우도 매년 30%의 재범률을 보이고 있다.
마약중독… 살인?인질극 등 2차 강력범죄 초래
지난 2001년 충남 서산시에서는 최모 씨가 평소 필로폰을 함께 투약하던 내연녀를 흉기로 살해해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듬해 서울 강북구에서는 러미나 중독자인 김 모 씨가 한 여성에게 동거할 것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마약중독으로 인한 2차 강력범죄는 살인 뿐 아니라 자살과 절도, 인질극, 마약류사범 검거 수사관에 대한 보복살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마약퇴치운동본부 김영기 홍보팀장은 “환각상태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의 위험도는 매우 높다”며 “마약중독자들로 인해 국가질서가 위태로워지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을 사용하거나 공급한 사범은 생산?근로계층인 20~40대 무직자가 많았다. 2011년 마약범죄백서 분석결과 우리 사회 핵심 생산?근로계층인 20~40대가 지난해 전체 마약류사범의 73%를 차지해 심각성을 더했다. 또 직업별로는 무직이 32.5%로 가장 많았으며 농업(4.0%)과 노동(3.8%), 서비스업(2.9%), 유흥업(2.6%)이 각각 뒤를 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장연구실 이상영 실장은 “한창 돈을 벌어야 하는 생산계층인 청?장년층들이 마약중독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직업과 삶에 대한 의욕이 없어 약물에 의존하는데 사회가 나서서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마약중독자…사회적 관심 필요
범죄자라는 낙인효과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는 마약중독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팽배하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주일경 교수는 “마약중독자는 질환자이기보다 범죄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은 치유가 필요한 질환자”라고 말했다.
마약퇴치운동본부 조사결과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은 숫자까지 더하면 현재 국내 마약중독자는 대략 60만~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들을 위한 대부분의 치료가 국가?사회 차원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이계성 교수는 “마약중독자들을 치유하기 위해선 약물에 빼앗긴 삶의 행복한 기능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주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동기유발치료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주일경 교수는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마약투약전과자에 대해 민간 차원의 다양한 사회적응재활촉진 프로그램이 실시돼야한다”며 “마약의존증 극복 지도자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훈련 지원도 국가차원에서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재활로 마약중독 이기고 재활 봉사하는 50대>
“다시 유혹에 빠지지 않게 국가서 직업재활 도와야”
중학교 2학년 때 첫 가출을 시도한 김모(51·대구 수성구)씨는 그 때만 해도 자신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유년시절 소년원을 몇 번 들락날락했고 성인이 된 후 조직폭력배 생활을 시작했다. 삶에 대한 공허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소위 밤문화를 즐겼고 18세 때 호기심에 히로뽕을 접한 이후 무려 25년간 마약에 손을 댔다.
그에게는 20살 때 만난 어여쁜 아내가 있었다. 하지만 그가 44살이 되던 해 검찰에 스스로 마약범으로 자수하기 전까지 그의 눈에 비춰진 아내는 마지못해 사는 사람 같았다. 긴 결혼기간 동안 김 씨의 가정은 대화가 없는 ‘무언(無言) 가족’이었다. 그러다가 김 씨는 이혼한 두 형이 자신 앞에서 쓰러지는 것을 보게 됐다. “어머니 댁에서 머물던 두 형이 각각 간암과 중풍으로 쓰러져 졸지에 제가 가장이 됐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스스로 자수를 하게 됐습니다.”
당시 담당검사는 김 씨를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자로 판정해 삶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리고 김 씨는 1년 동안 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 대구지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재활프로그램에 매달렸다.
“이 모임을 통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어요. 마약의 유혹이 들 때면 대화를 하면서 이겨내려고 했습니다.”
마약재활프로그램을 이수한 그는 5년째 마약중독재활을 돕는 봉사자의 길을 걷고 있다. 김 씨는 “마약중독자들은 대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며 “자기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개인과 가정, 만남, 직업, 지역 등 5가지가 치유돼야만 마약중독자들이 정상적인 삶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그는 마약중독 재활프로그램의 아쉬운 점으로 ‘직업재활’을 꼽았다. 그는 “마약중독자 대다수가 직업이 없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마약중독에서 벗어났을 때 또 다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직업재활을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2009년 대구지방검찰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지부의 재활교육을 받은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자의 재범률은 3%정도다. 국내 전체마약사범의 재범률 평균 30%와 무려 10배 차이가 난다.
“마약중독은 끊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받았던 상처들로 그 희망을 저버리진 마십시오. 저는 그 상처가 삶의 발판이 되더라고요. 단지 상처가 마약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마약중독을 숨기지 말고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마약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TIP. 마약구분
(1) 헤로인
헤로인은 양귀비의 열매에서 채취한 생아편에 소석회, 물, 염화암모니아 등을 첨가해 혼합, 침전, 여과, 가열의 과정을 거친 후 모르핀 염기에 무수초산, 활성탄, 염산, 에테르 등을 화학 처리해 만든 천연마약이다. 모르핀을 원료로 한 만큼 일반적인 약리작용은 모르핀과 유사하나 그 중독성은 모르핀의 10배에 달한다.
(2) 히로뽕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남용되고 있는 흥분제(각성제)로서 속칭 ‘히로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메스암페타민은 1888년 일본 도쿄대학 의학부 나가이 나가요시 교수가 천식치료제인 마황으로부터 아페드린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물질이다.
단순 각성약물로 판매되던 ‘메스암페타민’이 전쟁 중 군수용품으로 대량생산되어 군인과 군수공장 등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로회복과 전투의욕, 작업능력, 생산 능력 등을 제고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3) 대마초
대마초는 대마의 잎과 꽃대 윗부분을 건조해 담배형태로 만든 것으로 북남미에서는 일반적으로 마리화나(Marijuana)라고 불리고 있다. 약리작용으로는 흥분과 억제작용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환각제로 분류되고 많은 양을 남용할 경우 공중에 뜨는 느낌과 집중력 상실, 환각, 환청 등이 나타난다. 대마의 남용이 위험한 것은 환각상태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4) 프로포폴
페놀계 화합물로 흔히 수면마취제라고 불리는 정맥마취제로서 수술시 전신마취의 유도, 유지 또는 인공호흡 중인 중환자의 진정을 위해 쓰이고 수면내시경 등을 할 때에도 사용된다.
불면증, 피로감, 불안감을 해소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환각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어 국내에서는 유흥주점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마약대용품으로 오?남용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됨에 따라 2011.2.1자로 마약류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