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는 정말 원하는 바를 얻었나
의사협회는 정말 원하는 바를 얻었나
  • 조창연 편집국장
  • 승인 2014.03.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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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7일 원격의료 사전시범사업 시행,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개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협의결과를 발표했다. 의협은 이를 토대로 24일 예정된 집단휴진에 대한 회원 찬반투표를 오늘까지 진행한다.

이번 협의결과가 나오자 의협은 얻을 것을 얻었다는 분위기다. 일단 전공의 수련환경문제는 계속 지적돼 온 바와 같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니 논외로 하자. 협의문 발표직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포함된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즉각 정부와 의협의 ‘야합’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과 건정심 구조개편으로 인한 건강보험료 인상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건정심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의사결정기구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건보료비율·요양급여기준은 물론 의약사 등 의료전문인에게 지급되는 수가가 모두 건정심에서 최종결정된다.

현재 건정심 위원은 민주노총 등 가입자대표 8명, 의사협회 등 공급자대표 8명, 복지부·기획재정부·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4명과 교수·연구원 등 복지부장관 위촉 전문가 4명 등 8명, 위원장(복지부 차관) 등 총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 8명 중 절반을 의협 등 공급자단체가 추천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건정심 구조가 이렇게 개편되면 전문성과 정보에 취약한 가입자의 영향력은 대폭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수가인상을 간절히 원하는 의협의 의도가 건정심에서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수가결정과정에서 의협과 건강보험공단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가입자와 공급자가 함께 참여하는 ‘중립적 조정소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건보공단의 가격협상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의협이 원하는 대로 수가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가가 인상되면 이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도 필연적이다. 가입자입장에서는 이해관계의 한 당사자에 불과한 공급자, 즉 의사이익을 위해 드는 비용을 공동부담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시민단체 등이 근로자도 아닌 의사들의 총파업을 지지한 것은 올바른 의료제도를 세우기 위해 의료영리화를 막겠다는 의협의 주장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의결과를 보면 결국 의사들이 원하는 수가인상구조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파업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의협은 이면계약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의료민영화의 근거로 제시한 원격진료와 병원의 영리자법인 관련 내용은 1차 협의결과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생각해보자. 과연 의협은 정말 얻을 것을 모두 얻은 것일까. 의협은 이 협의안이 그대로 실행될 경우 그토록 원했던 수가인상의 유리한 고지를 얻게 된다. 이와 함께 하나 더 얻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들의 주장을 지지했던 시민단체의 배척이다. 이 정도면 삼척동자도 할 수 있는 손익계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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