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캣맘·캣대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우리나라 캣맘·캣대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2.11.19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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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교수님도 캣대디시군요?” 그렇다. 눈먼 길고양이 ‘시도’가 내 곁을 떠나기 전에는 나도 분명 캣대디였다. 캣맘·캣대디라는 말은 주인 없이 거리에서 홀로 살아가는 길고양이를 어떤 형태로든 돌봐주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신조어인데다 아직 널리 통용되는 말이 아니라서 단지 고양이에게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이해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유사한 단어로는 ‘고양이집사’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고양이의 독립적이고 우아한 기품에 반해 주인이 한없는 사랑과 정성을 쏟을 것을 각오한다는 일종의 다짐과 함께 그만큼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절절한 마음을 표현해 자신들을 부르는 단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주변에서는 고양이집사들 뿐 아니라 캣맘·캣대디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 고양이는 우리나라에서 개 다음으로 확고한 반려동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관련 분야 역시 매년 가히 폭발적인 수준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그렇다면 캣대디·캣맘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반려동물 중 개·고양이의 소유비율은 일반적으로 그 나라의 소득수준과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국가의 경제성장기에는 확연하게 개의 마릿수가 증가하며 이후 선진국에 진입하기 시작하는 단계부터는 반려동물 중 고양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점차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맞이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은 이제 성장기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일종의 좋은 징조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반려’의 개념으로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개는 무조건 실외에서 먹여 키워야한다’는 믿음(?)에 반해 고양이에게는 비교적 실내출입이 관대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처럼 아파트가 아니라 단독주택 생활이 보편적이었던 불과 얼마 전만해도 주택 안팎으로 들끓는 쥐를 방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고양이들을 곁에 두곤 했었다. 필자가 어릴 때 자란 동네 거의 대부분의 집에는 이런 기특한 ‘나비’ 한두 마리가 꼭 집 안팎을 들락거리곤 했다.

어찌 보면 지금 도시에서 야생과 인간계의 미묘한 벽을 넘나들고 있는 길고양이들은 선조들의 빛나는 ‘쥐잡기 전적’과 그 전공을 칭송받던 사실들을 이제는 전설로만 간직한 채 인간에게 외면당하는 외롭고 힘든 삶을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다.
 
동물의 가축화 역사 속에서 가장 성공한 종은 역시 개다. 개들은 원종의 모습과는 아주 다른 수많은 종으로 개량되면서 자기 종족의 운명을 인간에게 완전히 맡겨버렸지만 대신 99%의 개들은 먹고 자고 놀며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Men’s best Friend)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반면 고양이들은 개들과 비슷한 가축화 역사가 진행됐는데도 아직도 많은 수가 인간과 일정한 거리감을 둔 채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위태롭게 종족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양이집사들과 함께 캣대디·캣맘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는 사실은 이 사랑스럽지만 조금은 자기고집으로 똘똘 뭉친 독립성 강한 주변동물인 길고양이들에게 다시 관심이 생겼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또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먹이주기 등과 같은 단순활동 이외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TNR(길고양이를 구조해 중성화수술 후 다시 원래 서식처로 방사하는 것을 뜻하며 지역 내 길고양이의 수를 가장 이상적으로 줄여주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음)사업과 같은 적극적인 보호활동 등은 각박한 이 시대에서 그래도 우리와 함께 하는 주변 생명체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 아닐지?
 
대한민국 캣맘·캣대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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