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쳐진 귀 가진 견종, 철저한 귓병관리 필요
축 쳐진 귀 가진 견종, 철저한 귓병관리 필요
  •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1.2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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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베니 귀에 또 이상이 생긴 듯합니다.” ‘베니’는 올해로 6살 된 수컷 아메리칸 코커스패니얼 종 애견이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털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사과형 둥근 머리에 사슴처럼 큰 두 눈과 장식털로 뒤덮인 큰 귀를 가진 아주 잘 생긴 애견이다.
 
잘생긴 얼굴에 특유의 코믹함과 영리한 성격을 바탕으로 막내아들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가족들은 베니의 만성적인 귓병으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베니를 처음 진료한 2년 전 필자는 가족들에게 베니의 귓병은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될 수 있지만 재발확률이 높아 평소 귀 위생관리에 집중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베니는 계절이 바뀔 무렵이 되면 어김없이 동일한 문제로 병원을 찾아왔다. 내원 횟수가 잦아짐에 따라 가족들도 포기한 듯 기계적으로 병원을 방문할 뿐이다.

위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계가 없습니다. (사진제공 = 황철용 교수)

 
사실 베니의 귓병은 베니의 잘못도 아닐 뿐 아니라 가족들이 관리를 소홀히 해 발생된 질병도 아니다. 코커스패니얼 종은 다른 견종과 달리 큰 귓바퀴를 가지고 있고 귓바퀴가 서 있지 않고 축 처져 있으며 심지어 풍성한 장식털로 덮여있어 귓구멍 자체가 외부로 완전히 개방돼 있지 않아 귓속통풍에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항상 건조해야 할 외이도(外耳道) 자체가 습한 상태이기 쉽다.
 
코커스패니얼 종은 다른 견종과 비교했을 때 귀 내부의 분비샘 수가 많아 분비물도 많은 편이다. 당연히 통풍도 잘 되지 않고 분비물도 쌓여가는 조건은 염증을 일으키는 각종 세균과 효모가 자라기 쉽다.
 
애견의 조상으로 일컬어지는 늑대가 적당한 크기의 바짝 선 귀를 가진 것과 달리 인간의 편의로 외형위주로 개량된 현대의 축 쳐진 귀를 가진 견종들 모두는 태생적으로 이렇게 귓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심하면 아무리 평소 관리를 잘 하더라도 평생토록 귓병 문제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베니와 같은 코커스패니얼 종뿐 아니라 모든 애견은 사람에 비해 귓병에 취약한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해부학적으로 귓구멍에서 고막에 이르는 외이도가 사람에 비해 길뿐만 아니라 심지어 ‘L자’ 형태로 구부러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외이도의 통풍이 원활하지 못해 항상 습해지기 쉽고 일부 견종에서는 외이도내에 털이 빼곡히 자라는 경우도 있다. 또 외이도내 표피 피부층 자제가 사람의 것보다 훨씬 얇아 자극이나 감염에 훨씬 취약한 것도 귓병이 잦은 이유가 된다.
 
고양이는 개와 유사하게 L자형으로 생긴 폭이 좁은 외이도를 가지고 있으나 분비샘의 수가 적고 외이도 길이 자체가 짧기 때문에 개보다는 귓병을 앓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양이에게도 간혹 귓병이 발생될 수 있기에 개와 마찬가지로 평소 관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에서 귓병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틈나는 대로 귀 상태를 관찰하는 것과 아울러 귀 세척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동물이 심하게 고개를 흔들거나 뒷발로 귀 주위를 긁는 행동이 잦아지고 귀 주위에서 불편한 냄새가 난다면 이는 귓병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조기에 동물병원에 내원해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귓병은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대부분 빠른 시일 내에 치료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반려동물의 귀 관리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은 ‘귀 세척’으로 양치질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귀 세척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도록 적응 시키는 것이 좋다. 명심해야 할 점은 반드시 귀 세척 시 반려동물 전용의 귀 세정액을 사용해야 하고 마른 면봉이나 탈지면 등으로 귀 주위를 심하게 닦아서는 안 된다.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피부소독제 등은 반려동물 피부에 매우 자극적이다. 또 마른 면봉이나 탈지면으로 귓구멍 주위 피부를 닦게 되면 얇은 귀 내부나 귀 주위 피부층이 손상돼 염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올바른 귀 청소 방법은 반려동물 전용 귀 세정액을 귀속으로 2~3방울 떨어뜨린 후 귀 주위를 부드럽게 2-3분간 마사지해 귀 세정액이 귀속 분비물을 잘 녹여 귀 밖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후 귀 밖으로 흘러나온 세정액만 부드러운 탈지면이나 화장솜을 이용해 가볍게 닦아 내면 된다. 이 경우 세정제가 귀속에 남아 있는 것을 염려하는 경우가 많으나 남아 있는 세정제는 반려동물이 고개를 터는 행위를 통해 대부분 배출되고 설령 남아 있더라도 단시간 내 건조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치아 건강과 마찬가지로 귀 건강은 반려동물의 생명과는 크게 상관없지만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반려동물 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도 성가신 질환이 될 수 있다. 사람과는 달리 스스로 치아관리와 귀 위생 관리를 할 수 없는 우리의 반려동물들을 위해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해 보도록 하자.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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