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밀린 고양이…‘비뇨계 질환’ 걸릴 확률 높아
서열 밀린 고양이…‘비뇨계 질환’ 걸릴 확률 높아
  •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2.18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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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진료실 한쪽에서 누가 들어도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비명에 가까운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의 주인공은 올해 두 살 된 고양이 ‘하비’. 하비는 지금 자신의 생식기에 일명 ‘톰캣카테터’라 불리는 숫고양이 전용 요도카테터 장착시술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수컷 고양이면 톰캣카테더가 쉽고 부드럽게 요도를 통과해 방광내부까지 별다른 통증 없이 무사히 진입 하지만 하비와 같이 방광과 요도에 문제있을 경우 시술 시 상당한 통증을 유발하며 때에 따라선 장착이 불가능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발적으로 요를 전혀 배설하지 못하고 있는 하비에게 생명줄이 되어 줄 톰캣카테터 장착 시술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상태다. 수술 시 마취로 인해 전신상태가 악화된 하비는 몇 시간 내 오줌길을 열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하비의 오줌길은 톰캣카테터 장착 시술 후 열려 그동안 배설하지 못한 다량의 요가 한꺼번에 카테터를 통해 흘러나와 배설하지 못한 요로 가득 찼던 방광으로 인해 부풀어 오른 아랫배도 점점 홀쭉해 졌다. 하비도 고통이 감소하자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이제 하비는 며칠간 요독증과 비뇨기계 감염증 치료를 무사히 마치면 다시 예전의 활발한 숫고양이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성장기를 지나 어른이 된 이 젊은 숫고양이 하비를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든 질환은 ‘고양이 하부요로계질환 (Feline Lower Urinary Tract Disease; FLUTD)’으로 불리는 고양이에게는 가장 흔한 비뇨기계 질환 중 하나이다.
 
비뇨기계 중 하부에 속하는 방광과 요도에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양이에서는 그 정확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특발성(Idiopathic) 질환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고양이에서 자주 발생되지만 간단한 질병이 아니며 원인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재발도 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이 질환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지식을 숙지해 질환발생을 예방하고 또 발생 시 올바른 처치를 통해 고양이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방광과 요도에 이상이 생긴 고양이는 평소 배뇨 장소 외에 장소에서 갑작스럽게 배뇨를 보는 행동을 하거나 화장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배뇨 시 통증을 호소하는 증상을 보인다. 고양이가 이런 초기증상을 보이면 지체 없이 동물병원에서 하부요로계 이상여부를 검사해 보는 것이 좋다.
 
‘고양이 하부요로계질환’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인 방광 내 결석과 이로 인한 방광염은 초기 발견을 하면 수술적 제거 없이 충분히 치료할 수 있어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만약 초기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 ‘고양이 하부요로계질환’이 악화되면 일명 오줌길이라고 하는 요도 자체가 염증산물 또는 결석으로 막혀 하비와 같이 전혀 자발적 배뇨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만약 이 상태로 수 시간 내에 요를 몸 밖으로 배출해 내지 못한다면 요독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고양이 하부요로계질환’의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요소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스트레스로 예민하고 독립된 생활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동거 중인 개와 같은 다른 반려동물이나 또는 다른 고양이와의 서열다툼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따라서 만약 2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이들 사이의 서열다툼과 화장실 이용 상태 등을 예의 관찰할 필요가 있다. 또 매일 이용하는 화장실은 항상 청결하고 고양이가 거부감이 없이 편안하게 배변과 배뇨를 볼 수 있는지 신경 써야한다.
 
또 고양이는 마시는 물이 신선하지 않거나 물그릇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물을 잘 먹지 않는 특성이 있다. 수분섭취 부족은 요결석의 발생을 가중 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하는데 특히 건사료를 먹고 사는 고양이는 수분섭취를 강화해야 한다.
 
건사료를 물에 불려 수분함유량을 증가시키거나 주당 2-3일은 캔 사료나 파우치사료 등과 같은 습식사료를 제공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릇에 담긴 물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분수형태 등으로 물이 항상 순환되게 만든 고양이 전용 물 공급대를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분명 ‘고양이 하부요로계질환’은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한 질환 중 하나이지만 위험요인 하나하나에 대한 주의만 기울인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가능하면 물을 많이 먹게 하고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야 고양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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