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놀이터…꿈에 불과한걸까?
반려동물 놀이터…꿈에 불과한걸까?
  •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2.20 2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가을 어느 날 가족 모두 야외공원으로 소풍을 나간 적이 있다. 높고 푸른 하늘 아래 따스한 공기를 느끼며 공원 잔디밭 한쪽에 자리 잡고 준비한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려 했다. 물론 우리 반려견 둘도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그 소풍에 동행했다.

사전에 그 공원의 반려견 출입가능 여부를 확인했고 두 반려견 모두 목줄과 인식표를 착용하고 대소변 처리도구를 사전에 준비했으니 우리 가족 모두 다른 가족처럼 가을소풍을 즐길 수 있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 대형애견은 혐오감을 준다?


하지만 따듯한 가을볕을 만끽하기 위한 우리 가족의 소풍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공원 도착 후 가장 인적이 드문 잔디밭 구석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을 때 쯤 공원관리자가 공원에서 나가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딸아이와 함께 소풍 나온 어느 가족이 큰 개들이 위협적으로 보인다며 관리소에 민원을 넣었다고 했다.

 

 
 

 

 

분명 이 공원은 애견출입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큰 대형종 애견을 둘씩이나 데리고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으니 앞으로 다시는 이 공원에 오지 말아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도 곁들였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짖는 행위 하나 없이 조용히 주인 곁에서 목줄이 채워진 채 얌전히 엎드려 따사로운 가을햇볕에 취해 졸리는 눈으로 잔디밭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점잖게 바라만 보고 있는 우리 늙은 노견 두 마리가 어떤 혐오감을 대중에게 준다는 것인지 항변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을 느낀다 하니 비켜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서둘러 공원을 빠져 나왔다.

작년부터 반려동물 놀이터(또는 반려동물 운동장)에 관한 뉴스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즉 도시공원 내에 반려견들과 그 주인이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독립된 공간으로 반려동물 놀이터가 마련했다는 것이다.

울산에 국내 최초로 개장됐고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가 설치 운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이후 들리는 소식들은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말 모 지자체에서는 반려동물 운동장 설립과 운영에 대한 지침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예산을 신청했지만 의회에 의해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고 한다. 예산삭감 이유는 사람을 위한 예산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시설 설치가 시민들의 보편적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 반려동물은 소중한 동반자

또 서울시의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 움직임에 대해 최근 국토해양부는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반려동물 놀이터를 공원 내 설치 허가할 수 없는 시설로 해석해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이미 반려동물은 우리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생활을 공유하는 소중한 동반자가 됐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2010년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조사자료에 의하면 서울에서만 80만 마리 이상의 반려견들이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전국적으로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한다는 통계보고도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은 이제 어느 특정 개인들의 취미생활이라고만 바라보기에는 우리 사회 전반에 너무도 깊숙이 파고든 것이 현실이다. 이미 반려동물은 동물보호법을 통해 학대금지 행위의 대상으로 규정됐고 올해부터는 반려동물등록제를 통해 법적으로도 관리 감독이 필요한 또 다른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규정됐다.

이제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가 일부 특정 애견인들만의 요구라고만 하기에는 이미 그 필요성이 너무 커져 있다. 물론 도시 공원 내에 설치된 반려동물 놀이터의 직접적 혜택은 그 시설을 이용하는 반려견들과 그 주인들에게 있지만 이런 시설은 사실 공원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공공시설이 될 수 있다.

즉 공원 한쪽에 따로 펜스를 두른 반려동물 놀이터를 설치한다면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도시공원에서 개를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이 서로 분리된 공간에서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공원 한쪽에 공간 마련해야

우리 가족이 소풍간 공원에 반려동물 놀이터만 있었다면 필자의 개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젊은 부부가족도 펜스 쳐진 공간에만 머무르는 애견들을 신경 쓰지 않고 공원을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며 반려견을 동반한 우리 가족 역시 볕 좋은 가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소외되고 보살핌을 받아야만 하는 많은 이들이 있기에 응당 그들을 위한 예산투자와 정책수립이 최우선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에서 조금씩 동물들에 대한 배려도 함께 해 나간다면 보다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가오는 가을날에는 도시공원 한쪽 애견놀이터에서 즐겁게 뛰노는 반려견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