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
세월호 참사,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
  • 장은영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 (jangmean@hanmail.net)
  • 승인 2014.05.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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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이 땅의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줬다.

이번 참사는 우리가 애써 외면해 왔던 양심을 자극했고 자신이 과거에 받았던 고통과 상처를 상기시켰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분노하고 자책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들이 있다. 생존자와 희생자가족을 위해, 지역사회를 위해, 과거의 아픔이 다시 떠오르는 이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첫째, 극복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건강한 유기체는 개체가 지닌 건강한 부분이 아픈 부분을 치유해 낸다. 이 점에서 우리가 보여준 성숙한 국민의식이 우리를 결국 치유시키리라 믿는다. 국가시스템은 삼류로 전락했지만 국민의식은 빛났다. 침몰 속에서도 승객들은 침착했고 유가족들은 아픔 속에서도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했다. 국민은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했고 국가가 드러낸 문제와 의무를 외면한 언론을 냉철하게 질책했다.

둘째, 개개인의 애도기간을 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 “왜 당신은 나처럼 충분히 애도하지 않느냐”고 비난하지도 말고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요구하지도 말자. 훌훌 털고 일어서려면 각자 충분히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셋째,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우리는 진실한 목격자로 남아 진상이 규명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진상규명은 꼭 필요하다. 외상은 본래 희한하게도 사건의 기승전결이나 인과관계가 납득될 수 있는 형태로 온전히 이해돼야만 서서히 잊히기 시작하고 아물어가기 때문이다.

넷째, 생존자와 희생자가족들이 심리적 고통을 이겨내도록 옆에서 지켜주자. 외상과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사건들은 워낙 특이하고 이상하며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머릿속에 축적돼 왔던 여러 경험이나 지식들과 잘 섞이지 않는다. 이를 치유하려면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와 기억을 정리할 수 있도록 안정감과 신뢰감을 줘야 한다.

다섯째, 상처받은 지역사회가 재건될 수 있도록 지지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대책과 지원이 적절히 이뤄지도록 촉구해야 한다. 안산지역은 특정세대에 희생자가 집중돼 지역사회에서 세대간 연속성이나 연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은 전쟁을 겪었을 때에나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안산은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과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폭발직전의 상태와 유사하다. 죽고 사는 문제, 보상문제, 상대적 박탈감과 죄책감, 원망 등 겉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갈등요소가 너무나 많이 내재해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심이나 의혹이 진실처럼 전달되고 종래에는 불신과 긴장이 남겨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분들에게도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한다. 진도주민 역시 사고수습이 장기화되면서 생업의 어려움은 물론 주민들이 대리외상을 겪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들도 위로받아야 한다.

<장은영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 jangm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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