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의료제도에도 존재하는 세월호 참사
우리 의료제도에도 존재하는 세월호 참사
  • 조창연 편집국장
  • 승인 2014.05.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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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국민이 너나할 것 없이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상실감을 느끼면서 이번 사고로 희생된 어린 넋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유가족의 깊은 슬픔을 함께 공감하고 있다.

이처럼 큰 사고를 겪고 나면 이를 경험한 사람에게 생기는 것이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장애)이다.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이란 사람이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고 나면 그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고 이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는 동시에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증후군을 앓게 되면 충격적인 사건의 재경험과 이와 관련된 상황이나 자극에서 회피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 질환은 사건 발생 1달 후, 심지어는 1년 이상 지나서도 시작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번 사고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이 증후군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실망이자 우리 스스로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정부가 온 국민을 환자로 만든 것이다.

우리 정부의 무대책과 무책임은 어제 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일례로 본지가 이번에 단독취재한 암환자산정특례제도(1면 참조)와 이번 사고의 공통점을 한 번 살펴보자. 이번 사고는 무리한 구조변경과 평형수를 줄이는 등 선박설계 자체의 문제점으로 인해 일어났다. 암환자산정특례제도 역시 향후 일어날 문제에 대한 대책수립 등 세밀한 설계 없이 보다 많은 이들이게 보장성 강화 또는 의료혜택 확대라는 이름으로 일단 시행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제도가 시행된 지 무려 5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재등록기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아니, 실은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화물과 승선관리 허술에 대한 문제도 이번 참사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제도 역시 최초 암환자와 재등록 암환자의 신청서가 동일해 진료현장에서 구분이 어려울 뿐 아니라 환자의료기록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이 같다. 게다가 해운조합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없었고 해경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는 점 역시 제도 시행 후 각 병원의 재등록사례를 평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과 동일하다. 결국 정부가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재난사고훈련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은 2010년 암환자재등록 고시 이후 4년간 변동사항이 없었을 뿐 아니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했다는 사실과 같고 선박을 책임져야 하는 선장과 승무원들의 책임감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건강보험공단과 병원이 암환자재등록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기에 급급하다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이는 비단 하나의 예일 뿐이다. 굳이 의료제도뿐 아니라 조금만 살펴보면 이 같은 일이 모든 분야에서 비일비재하다. 왜 우리 정부는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일까. 이는 공무원들의 ‘내 일이 아니다’라는 방관자적 의식, 일단 보이고자 하는 전시행정, 재난위기의식에 대한 안전불감증 등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은 정부를 믿어야 한다. 그런데 정말 믿을 수 있는 정부인가가 고민스러운 시점이다.

<조창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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