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과다마취…정신나간 성형외과
대리수술·과다마취…정신나간 성형외과
  • 김성지 기자 (ohappy@k-health.com)
  • 승인 2014.05.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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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유령의사 처벌 규정 없어 의료법 적용조차 안돼
ㆍ안과·피부과에도 의혹 시선

성형외과 의사들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최근 성형수술사망사고가 잇따르자 공개적으로 대국민사과를 한 것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는 충격, 그 자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형성형외과들이 그림자의사, 유령의사를 내세워 대리수술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의료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면허대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대리수술에 관한 처벌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기혐의 또는 부작용고지 불이행, 응급의료장비 위반 등의 규정이 적용될 전망이다.

성형외과전문의 단체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집행부가 지난달 10일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에서 최근 일련의 의료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경향신문DB


△환자만 봉, 의사들은 법망 빠져나가

대리수술한 의료기관들은 광고를 통해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의사가 환자와 상담한 후 정작 수술실에서는 다른 의사가 몰래 들어와 수술을 진행했다. 의사를 믿고 선택한 환자에게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리수술을 덮기 위해 또 다른 만행을 저질렀다. 수술 받는 환자가 대리수술 의사의 존재를 모르게 하기 위해 마취제를 과도하게 사용한 것이다.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의 사용량은 한정돼 있고 정량을 초과해 사용하다 보니 의사면허까지 대여해 프로포폴을 대량유통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소마취해야 하는 환자에게도 대리수술을 감추기 위해 수면마취하는 등 상식 밖의 일들이 수술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의사회는 지난달 17일 논란의 발단이 된 그랜드성형외과 의사 7명을 사기, 의료법 위반,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제는 대리수술하는 그림자의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내부고발이 아닌 이상 몇 명이나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수술하고 있는지 세세한 시스템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성형외과의사회 김선웅 법제이사는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병의원을 대상으로 경고조치한 적은 있지만 의사회는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한 것”이라며 “의사회 차원에서 자정선언과 함께 불법행위를 일삼는 의사들을 고발한 것이고 이후 조치는 법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검찰에 고발된 사안이기 때문에 조사 후 결과가 나오면 의료법, 약사법 등 처벌근거가 있는 법안에 따라 행정처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일반의의 수술도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대리수술에 대해서는 유권해석이 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과 등 다른 진료과도 의혹 제기

논란의 시작은 성형외과의료사고에서 시작됐지만 대리수술행위가 과연 성형외과에만 있는지 의문을 보내는 눈초리도 있다. 공장형 안과의 경우 라식수술환자를 한꺼번에 예약접수 받아 하루 수십명씩 수술하기도 한다. 피부과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새해특가이벤트, 수능이벤트 등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며 환자 모으기에 나섰던 몇몇 진료과도 대리수술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피부과의 경우 코디네이터가 레이저시술상담을 한 후 유명의사와 면담하지만 실제 레이저를 쏘는 의사는 다르다는 의혹이 있어왔다. 환자들에게 마취한 것은 아니지만 눈에 레이저 보호대를 쓰고 있어 시술 중에는 어떤 의사가 시술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ㄱ안과 원장은 “유령의사문제가 성형외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대리수술의 근본적인 문제는 병원경영상 원가절감을 위한 욕심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당경쟁을 벌이는 의료기관들이 원가를 절감하려면 공장식 경영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생겨난 것이 그림자의사”라며 “어떤 안과는 수능이벤트 때 기계를 모두 가동해 몇 십명을 수술하다가 중간에 라식기계가 멈췄다는 얘기도 있다”고 밝혔다.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은 “단일의료기관으로 존재했던 개원병원들이 대형네트워크로 바뀌면서 덤핑이 공격적으로 이뤄지는데다 병원경영을 위해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의료시장의 공정한 거래를 통해 환자안전이 보호될 수 있도록 행정기관의 철저한 감시와 함께 개원가 시술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스경향 김성지 기자 ohappy@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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