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발기약에 죽을 수도 있어요
짝퉁 발기약에 죽을 수도 있어요
  • 승인 2012.06.2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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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밀수 발기약 3분의2가 가짜
ㆍ성분 전혀몰라 독약일 수도

얼마 전 서울 강북지역에서 70대 초반의 노인이 음성적으로 구입한 발기부전치료제(발기알약, 가짜로 추정)를 먹고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이 노인은 콜라텍에 상주하는 판매자에게 알약을 구입했으며, 전에 한 알을 먹었을 땐 효과가 없어 두 알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다.

발기부전치료제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구분돼 있다. 정품이라도 잘못 먹으면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남성들은 발기부전치료제가 필요할 경우 상당수가 병원에 가지 않고 가짜약을 사먹는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발기부전약 밀반입국이다. 미국 의약품안전연구소(PSI)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 밀수된 발기알약 151만여정 중 100만정 정도가 가짜약으로 추정될 정도라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발기부전치료제의 원조인 비아그라는 가짜약도 많고 최근 복제약(정품)도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남성과학회가 지난 3월부터 2개월간 국내에 거주하는 만 30세 이상 성인 남성 4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열 명 중 세 명은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31%), 두 명은 호기심 때문에(23%) 음성적인 거래로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짜 발기알약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인식이 저조하다. 71.5%가 ‘위험성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으며, 절반(48.5%)은 ‘조금 위험한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85%는 가짜약과 정품 치료제의 차이를 모르고 있었다. ‘두 알 먹고’ 사망한 노인의 사례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남성과학회 이성원 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짜약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며 “성분 용량이 들쭉날쭉하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량의 발기성분을 넣은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의대 비뇨기과 문두건 교수는 “가짜약은 성분이나 함량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 또한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학회의 조사 결과 실제로 비뇨기과 전문의 38%는 가짜 발기알약의 부작용으로 내원한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을 정도다. 절반 이상(55%)이 50대였고, 40대(22%)가 뒤를 이었다. 부작용 증상은 심계항진(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상태), 두통, 홍조(얼굴이 발개지고 후끈거리는 증상), 눈이 침침한 증상, 발기가 계속되는 지속발기, 부정맥 등이었다. 심장 부작용이나 지속발기 상태는 응급상황에 속한다.

환자들이 가짜약 복용 사실을 잘 털어놓지 않는 경향이 있고, 사망 사례는 잘 보고가 안되기 때문에 부작용 사례는 더 심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짜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지만, 만일 복용 후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진료 시 의사에게 가짜약 복용 사실을 알려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 가짜 발기알약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는 남성과학회 홈페이지(www.nofake.or.kr)에 자세히 나와 있다.

한편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복제약(제네릭)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청(KFDA)에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이 지난 5월 말 현재 16개사 28개 품목에 달할 정도다. 시알리스, 제피드 등 기존 오리지널 제품 10여가지(브랜치 브랜드 포함)를 포함하면 40가지에 육박한다.

세우그라, 누리그라, 일나그라, 세지그라…. 이름마저 비아그라 ‘짝퉁’을 방불케 하는 데다, 가격도 3000원 내외로, 치열한 저가 마케팅이 벌어지는 상태다. 이로 인해 오·남용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정품 복제약들이 가짜약 등의 음성거래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발기부전 자체를 부끄러운 질환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하다. 전문의와 상담하는 비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발기부전으로 인해 처방전을 받은 환자들 2~3명은 약 구매를 포기할 정도이고, 이런 정서는 가짜약을 음성적으로 구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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