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수 대한병원협회장 “싸게만 하면 질 좋은 의료 어렵다”
김윤수 대한병원협회장 “싸게만 하면 질 좋은 의료 어렵다”
  • 경향신문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 승인 2012.05.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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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저수가·인력난 겹쳐 파산 직전 병원 증가

ㆍ포괄수가제 재검토 등 적정진료 기반 조성을

대한병원협회 김윤수 신임 회장(71)은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분만실, 입원실 등 많은 경우에서 진료비 수준이 원가보다 많이 떨어진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에 최소한 적정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의료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구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영상수가 인하와 포괄수가제 시행 등 일련의 의료비 절감정책에 대해 “싸게만 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질 좋은 의료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병원들의 실질적인 존재 이유는 바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증진하는 데 있다”면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사회공헌을 확대해 병원의 이익뿐 아니라 국민과 호흡하는 협회의 위상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병원들이 국민건강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보는가.

사진=대한병원협회 제공
“사실 우리 병원들은 최선의 진료와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의사들의 판단으로 최선의 진료를 하면 과잉진료라는 이유로 (진료비를)삭감당하기 일쑤고, 가이드라인대로만 하면 환자들로부터 불만을 사니 참으로 어려운 지경이다. 게다가 30년 이상 이어진 저수가체계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가보전이 안 돼 결손이 나는 부분을 이익이 나는 데서 메꾸는 형국이다. 인하 요인이 있어 (수가를)깎는다면 인상요인이 있는 부분도 개선해 주어야 하는 게 옳지 않은가.”

-‘병원은 국민건강의 보루’라고 한다. 명실상부하게 국민건강 증진의 견인차가 되기 위해 시급한 부분은.

“환자들에게 적정진료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건강보험)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반면 보험료 인상에는 인색한 상황에서는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적정부담-적정진료-적정급여’가 돼야 한다.”

-포괄수가제 등 새로운 국민건강보험 수가제도가 7월 시행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는데.

“정부가 추진 중인 7개 질병군 포괄수가에 대해 병원협회는 의원급과 병원급 시행에 대해서는 조건부 찬성을 한 바 있다. 그 조건은 적정한 포괄수가 수준을 보장하고 중증질환 등 비용변이가 큰 환자에 대한 별도 보상체계를 확립하며, 포괄수가의 매년 조정기전 등 마련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확대 시행은 반대한다.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를 위해서는 포괄수가에 대한 전면재검토를 통한 합리적인 안이 만들어진 후 이를 가지고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4년 간 정부가 병원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펴왔다고 보는가.

“정부가 병원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해 발전시키려고 노력한 점은 있으나 이는 외적인 부분일 뿐 실질적으로 병원들의 경영이 나아지는 개선은 별로 없었다. 병원들은 정당한 대가를 원하고 이를 저수가가 아닌 적정수가로 받기를 바란다. 또 병원산업 발전에 저해가 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세제혜택과 같은 정책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의료서비스 및 병원산업의 활성화를 협회가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협회 내에 ‘병원경영정상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병원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저해요인을 찾아 정책당국에 시정과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환자 유치와 국내병원의 해외진출에도 여러가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의료전달체계 등 각종 의료제도개선과 합리적 조세감면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정부는 병원계의 이같은 개선 요구가 병원들의 이익만을 챙기자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병원이 건강해야 환자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의료 및 병원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국가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

“병원은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병상당 평균 1.2명의 직원이 일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평균 0.7명의 직원밖에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 저수가로 병원경영이 어려워지면 직원을 줄이는 것으로 해결해온 게 현실이다. 신의료기술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고 의료와 연관된 IT산업의 발전 등 일자리 창출 외에도 병원의 블루오션은 많다. 하지만 매년 임금인상률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와 인력난까지 겹쳐 많은 병원들이 파산 직전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 정부의 영상수가 재인하 추진, 포괄수가제 확대 실시와 같은 정책들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현실이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서울지역과 지방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한데.

사진=대한병원협회 제공
“환자들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려가고 작은 병원이나 지방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인력인 의사나 간호사와 같은 보건의료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작년에 ‘의약분업제도개선 전국민서명운동’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는 과정에서 실상을 제대로 알게 됐다. 환자들이 서울의 일부 병원으로 몰리는 것도 문제다. 불편과 고통, 그리고 고비용을 자처하며 병원계 의료서비스가 바쁘다고 한다. 지방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잘 활용하는 것도 병원이용의 지혜 중 하나다. 앞으로 병원의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정책당국과 머리를 자주 맞대겠다.”

-경영이 어려운 중소 병원계 활로 타개책은 있나.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정책으로 중소병원의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크게 전문병원과 지역거점병원으로 나누어 육성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전문병원의 경우도 전문병원으로만 지정받았을 뿐 수가상 혜택이나 전공의 지원, 광고 등에서 별 혜택이 없고 지역거점병원은 별로 진전되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큰 걱정은 전문병원도 지역거점병원도 아닌 진짜 소규모 병원들이다. 이들을 위한 정책적 판단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본다.”

-유비쿼터스 의료, 디지털·IT병원, 스마트진료 등 대변화에 대한 수용 및 발전 방안은.

“사실 병원마다 IT를 도입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단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병원들이 EMR(전자의무기록)이나, OCS(처방전달시스템), PACS(영상전달장치)와 같은 기본적인 IT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협회내 정보화위원회를 통해 병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찾아 도움을 주도록 노력하겠다.”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병협의 역할이 증대돼야 하지 않겠나.

“그동안 병원은 많은 부분에서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2009년 신종플루 당시에도 병원협회를 중심으로 많은 회원병원들이 동참하여 거리 및 지하철 역사 등에서 감염여부 확인 및 안내 홍보물을 건네는 등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향후에도 사스. 신종플루, 광우병, 급성전염병 등 국민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회원병원, 언론과의 연계를 통해 홍보를 강화하고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데 앞장설 것이다.”

-고령사회에 맞는 새 패러다임이 병원계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노인요양병원의 숫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노인요양병원 수가 증가해 최근 1000곳이 넘는다. 수요가 있다 보니 노인요양병원이 증가했겠지만, 사실 노인요양병원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걱정된다. 병원협회는 노인의료위원회를 신설해 노인의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소외된 이웃, 저소득층을 위한 협회 차원의 계획은.

“그동안 총회나 학술대회 등 굵직한 행사를 할 때 유관기관 및 단체로부터 화환이 아닌 쌀을 기증받아 사회공헌협의회 등에 전달해왔다. 또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의료지원재단과 MOU를 체결하는 등 진료비지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보건의약단체 사회공헌협의회에 참여하여 어린인집 등을 방문해 의료 및 일반봉사, 후원품 기부 활동을 정기적으로 한다. 앞으로도 회원병원들과 손을 잡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언론사, 사회공헌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의료관광과 해외환자유치에 병원계가 발벗고 나섰는데.

“얼마전 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해외환자 유치실적을 보면, 12만명이 넘는 외국환자들이 한국을 찾고 있고 이로인한 진료비 수입이 1800억원에 이른다. 협회는 국제병원연맹(IHF)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김광태 명예회장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여 세계속에 한국의료를 알리는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또 병원수출 및 의료관광 관련 기관·단체와 유기적인 협조체계 구축을 통하여 병원협회 소속의 회원병원들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병원과 병원협회는 어떤 노력으로 국민과 더 가까워질 것인다.

“각종 민원이나 문의에 대해서 친절하게 서비스를 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다. 본회 홈페이지만 방문해도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정도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어떤 병원들이 있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병원 위치 찾기’ 시스템 같은 편리한 기능 등이 있다.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봉사,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등산이나 걷기 대회, 국민이 많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 캠페인도 더 늘레겠다. 작년 ‘의약분업제도 개선 전국민서명운동’ 같이 국민과 함께하는 활동을 많이 하겠다.”

-의사들이(의협차원에서) 잘못된 점을 고백하고 있다. 병원장들은(병협차원에서) 고백할 것이 없나.

“병원의 잘못을 말하기에 앞서, 이러한 상황을 만든 윈인 제공자가 누구인지부터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잘못이라고 하기보다는 (진료비)심사 기준상의 해석을 놓고 발생한 오해가 많다. 착오청구나 단순한 행정상 실수도 과잉진료로 매도된다. 국민도 이러한 부분들을 잘 이해했으면 한다.”

-병원의 종주단체인 병원협회장으로서 소감과 각오는.

“병원계 수장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우선 병원협회가 강력한 정책단체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병원계 현안에 대해 사회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팀 구성할 것이다. 또 정부·국회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협회 사무에 참여하는 임원진을 중심으로 대외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사무국이 적극적으로 정책 입안단계부터 접근하여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할 생각이다. 특히 지역병원회와 직능단체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해 병원협회가 하나의 힘을 만들어 나가는데 총력을 경주할 것이다.”
 
■ 김윤수 병협회장 프로필
김윤수 대한병원협회 회장의 좌우명은 ‘최선을 다하라’이다. 인천지역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이 늘 강조하던 말이리고 한다. 등산 마니아로, 고등학교 때부터 전국 산을 두루 섭렵했다. 건강관리는 등산과 헬스클럽 운동. 존경하는 인물은 이순신 장군이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사즉생 생즉사’를 되새긴다. 외유내강형으로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갖는 자세를 중요시한다. 아들은 고려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다.

▲고려대 의대 졸업, 정형외과전문의, 고려대 대학원 석·박사,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 미국 클리브랜드 의대 정형외과 유학(슬관절·고관절 재건술연구) ▲영등포구 의사회 회장, 서울 중소병원회 회장, 서울특별시 병원회 회장, 전국 시·도 병원회 회장, 서울대윤병원 원장(현) ▲육군 군진 의학회 학술상, 보건의날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동백장, 고려대 교우회 자랑스러운 호의상.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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