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등산, 단풍과 술에 취해 무리하단 관절이 ‘통곡’
가을 등산, 단풍과 술에 취해 무리하단 관절이 ‘통곡’
  • 김창우 | 정동병원 대표원장
  • 승인 2010.10.2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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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등산이 절정이다. 심폐지구력, 근력 향상을 위한 운동과 더불어 울긋불긋한 단풍을 감상하며 운치도 살릴 수 있는 게 가을 등산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 홀로, 삼삼오오, 혹은 떼를 지어 산에 오른다. 그러나 이맘때면 무리한 산행을 하다 발목을 삐거나 무릎관절에 손상을 입고 업혀오는 환자들도 덩달아 늘어난다. 평소 거의 운동을 안 하던 사람들이 무리하게 산에 오르거나 술과 단풍에 취해 기분을 내다 부상을 입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빚어질까. 등산의 기본수칙인 ‘기승전결’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올라가기 전, 올라갈 때, 내려올 때, 내려와서 등 4단계의 안전수칙이다.

우선 등산 전에는 스트레칭과 같은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의 피로가 가중돼 경직(쥐가 나는 현상)이 일어나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된다. 특히 힘들게 올라갔다 내려올 때 근육의 힘이 빠져 발을 잘못 딛기 쉽다.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는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도 빨리 박동하므로 자신의 체력에 맞게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 옆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올라가면 별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4㎞ 거리를 시속 2㎞로 가면 2시간이 걸리고 시속 1.5㎞로 가면 40분이 더 소요된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만산홍엽의 절경을 즐기면서 느긋하게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일행이 있다면 빠른 쪽에서 보조를 맞춰주면 되고, 단체로 산행을 하더라도 꾸준히 계속 간다면 앞서 간 일행과 하산 시간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산행시 배낭은 꼭 메는 것이 좋은데, 이는 뒤로 넘어졌을 때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시켜주고, 허리를 받쳐주며, 뇌진탕과 같은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려올 때는 부상을 좀더 조심해야 한다. 절대로 뛰어서는 안 된다. 뛰어 내려오다 다리의 힘이 풀려 무릎이 꺾이면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대형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술을 마신 상태라면 이런 위험이 몇 배 높아진다. 음주 산행은 등산의 금기지만 정상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등산용 스틱은 체중이나 배낭 무게의 하중을 30% 정도 팔로 분산시켜 체력 소모를 줄이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하산할 때 충격이 집중적으로 가해지는 발목이나 무릎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효과도 크다. 평소 무릎이 약한 사람은 무릎보호대를 이용하면 무릎의 연골과 십자인대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내려와서는 역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뒤풀이는 가볍게 한 뒤 귀가해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면서 근육이 뭉치지 않게 마사지를 해주면 근육통을 줄일 수 있다. 만약 등산 중 발목을 삐끗하는 등 경미하게라도 부상을 입었다면 찜질(초기에는 차갑게, 나중에는 뜨겁게)이나 파스(냉·온) 등으로 기본적인 처치를 한 후 며칠 경과를 살펴본다. 이때 증상이 좋아지지 않거나 심해지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등산을 하다 부상을 입은 사람 대다수가 발목이나 무릎 부상을 방치하다 수술이 불가피한 상태가 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다.

<김창우 | 정동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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