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간을 좋아지게 한다” 진짜일까?
“커피는 간을 좋아지게 한다” 진짜일까?
  •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소화기내과 교수
  • 승인 2014.07.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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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고종 황제가 처음 마신 것으로 알려진 커피는 14세기 말 아라비아인들이 커피생두를 볶아 먹기 시작한 이래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 중 하나가 됐다.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며 피로와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도 골목마다 커피전문점이 들어서 있고 국민 하루 커피섭취량은 평균 1잔 반으로 탄산음료섭취량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소화기내과 교수

우리가 이렇게 자주 마시는 커피는 신체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하루에 몇 잔을 마시는 것이 좋을까?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흔히 묻곤 한다. “간이 안 좋은데 커피 마셔도 되나요? 하루에 몇 잔까지 마셔도 되나요?”

커피는 당뇨병, 심장병, 담석증, 파킨슨씨병, 뇌졸중위험률을 낮춘다고 보고되고 있다. 커피를 하루 6잔 이상 마신 사람들의 사망률이 1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아시아음주섭취량 1위, OECD국가 중 간암사망률 1위인 한국에서는 간 건강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 오늘은 커피가 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커피는 간에 좋다. 참 신기한 일이다. 커피는 B형, C형간염, 비알콜성지방간염 등 간염을 호전시키고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다. 1992년 클라스키 박사가 처음으로 10년간 대규모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커피가 간경화 발생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여년 간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보고됐고 최근에는 간 전문가라면 누구나 이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커피 안에는 카페인 외에도 탄수화물, 지방, 미네랄, 단백질 등 100가지 이상의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들이 서로 작용해 간을 보호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에서도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주로 항산화, 항염증, 항섬유화,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의 종류와 용량에 따른 간 보호효과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필터링을 통해 폴리페놀을 제거한 레귤러커피와 그렇지 않은 에스프레소와의 비교연구가 많지 않고 한 잔의 용량도 연구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로스팅하는 기법이나 정도에 따라 파괴되는 커피성분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 적어도 2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간이 좋아진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반면 커피를 많이 마시면 카페인에 의해 불안, 메스꺼움, 구토 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중독 시에는 신경과민, 근육경련, 불면증 및 가슴두근거림, 칼슘불균형 등이 생길 수 있어 일일섭취권장량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좋다.

WHO에서 제안하는 카페인 하루 권장량은 300mg 이하다. 원두커피 한 잔에는 약 115∼175mg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고 자판기 인스턴트커피 한 잔에는 60mg이 있다고 하니 안전한 커피섭취량은 하루 원두커피 3잔, 인스턴트커피로는 5잔 이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스턴트커피는 설탕과 프림이 많아 당뇨나 비만이 있는 분들은 주의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하루 2~3잔의 원두커피는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고 간을 좋아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커피를 마실 필요는 절대 없다. 신체는 어느 한 가지 음식이나 음료의 효과보다 조화로운 섭취를 필요로 한다. 간 건강을 생각해 자신이 마신 커피양을 수첩에 표시하면서 한 잔 쯤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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