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온도 낮춰준다는 쿨링 제품의 실체
피부 온도 낮춰준다는 쿨링 제품의 실체
  • 화장품비평가 최지현
  • 승인 2014.07.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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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부노화의 원인은 피부온도 때문”이라는 주장이 인기를 끌면서 쿨링(Cooling) 제품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서 얼굴과 몸, 두피에 뿌리는 스프레이 제품이 있는가 하면 색조화장을 겸하는 쿠션 팩트 제품도 있다. 바르는 즉시 얼굴 온도를 몇 도씩 낮춰준다고 하는데 보통 3~4도에서 무려 9도를 낮춰준다는 제품도 있다.

과연 피부온도가 노화의 원인일까?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그리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피부가 열에 의해 수분이 빠져나가고 혈관이 엉성해지고 콜라겐 합성이 저하되려면 적어도 온도가 40도 이상으로 상승해야 하고 그 상태가 아주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더운 날 햇볕을 받으며 장시간 일하는 사람이라면 걱정해볼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건물 안에서 보내는 사람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또 야외활동을 해서 일시적으로 올라간 피부온도는 그늘로 옮기거나 시원한 실내로 들어가면 금세 원상태로 돌아온다. 아무리 더운 여름철이라 해도 피부온도 때문에 노화를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화장품 회사들이 피부온도를 들먹이며 잔뜩 겁을 주는 이유는 여름 한철 쿨링 제품을 많이 팔아 돈을 벌기 위해서일 뿐이다. 생각해보자. 몇 년 전만 해도 피부온도를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이제 와서 난리일까?

피부를 위해서도 쿨링 제품은 바르지 않는 게 낫다. 거의 대부분 부탄, 프로판, 디메칠에텔 등의 액화가스와 에탄올, 변성알코올 등이 다량으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두 성분 모두 피부에 뿌리면 액체에서 기체로 빠르게 증발이 일어나면서 피부의 열을 빼앗아간다. 순식간에 몇 도씩 낮아지는 효과에 시원함을 느끼겠지만 그 효과는 결코 오래 가지 않으며 오히려 피부에 자극을 남긴다. 특히 다량의 알코올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콜라겐 합성을 저하시키며 심지어 세포자멸을 초래하는 무서운 성분이다.

물론 광고에 이런 얘기는 전혀 없다. 쿨링 제품들은 피부온도가 낮아지는 이유를 ‘탄산수’ ‘버블젤’ ‘알래스카 빙하수’ 등의 효과라고 광고한다. 하지만 이 성분들은 그저 물과 기포일 뿐 온도를 낮추는 냉각효과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물론 피부에 바르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요즘 많은 인기를 누리는 뿌리는 자외선차단제도 똑같다. ‘쿨링효과’가 있다고 강조하는 제품들에는 십중팔구 액화가스와 알코올이 들어있다. 화장품회사들은 심지어 여기에 멘톨, 페파민트, 레몬 등을 첨가해 자극을 더 높이기도 한다. 이런 자극은 순간적으로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피부를 따갑게 한다.

과연 이런 성분을 바르면서까지 피부온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을까? 피부온도는 낮추려고 애쓰기보다는 높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사광선 노출을 삼가고 쾌적한 환경에 있는 것이다.

화장품비평가 최지현

태양이 가장 뜨거운 11~4시 사이에는 외출을 피하고 너무 심하게 더운 날은 에어컨을 틀어서 실내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시켜주면 피부온도는 정상을 유지한다. 외출 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모자와 양산을 써서 열기를 막는 것도 피부온도 상승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피부온도는 이 정도 방법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자극적인 쿨링 제품으로 쓸데없이 피부를 괴롭히지 말자.

화장품비평가 최지현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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