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허언증과 거짓을 말하는 작화증의 관계
공상허언증과 거짓을 말하는 작화증의 관계
  • 장은영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
  • 승인 2014.08.01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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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는 공상허언증에 대해 얘기했다. 이번에는 이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 하는 내용 두 가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하나는 작화증과의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공상허언증의 원인이다.

먼저 작화증과 공상허언증은 서로 다르지만 공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화증은 기억나지 않는 빈틈을 채워 넣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을 말한다. 치매를 앓는 노인이 돈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아 이를 감추거나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핑계를 대는 것이다.

‘내가 아침을 먹고 나서 TV를 봤어. 아침마당에서 사회자 양반이 너무 웃겼어. 그걸 정신없이 보다가 눈앞에 서랍이 보이길래 저 서랍에 두면 안전하겠다 싶어서 뒀지. 근데 지금 보니 없어. 누가 훔쳐간 게 분명해.’와 같이 말하는 경우다. 이 얘기를 보면 지어냈다고 하기에는 너무 구체적이고 세밀하며 사소한 내용까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당일 아침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평생 반복된 습관일 것이다. 공상허언증을 지닌 사람들은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신마저도 거짓말을 믿도록 세밀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이러한 작화과정을 거치면서 공상허언증은 스스로도 진실이라고 믿게 되거나 믿을 만한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공상허언증의 원인을 궁금해 한다. 상식적인 범위에서 스스로 거짓을 말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거짓말로 얻은 이득이 손실보다 크면 거짓말을 하려는 동기가 강해진다. 다만 사람 개개인에 따라 동일한 대상이 이득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손실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런 차별화된 지각은 어떻게 생겨날까? 아마도 어린시절부터 장기간의 과정을 통해 특정한 성격이나 병리 또는 가치관이 발달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발달과정을 통해 숭배와 인정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면 이를 위해 친밀한 사람을 속이는 것, 거짓이 밝혀질 때 인연을 끊고 멀리 떠나는 것,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것들을 사소하게 여기게 된다.

관심을 얻고 숭배를 얻기 위해 타인을 속여 착취하거나 거짓에 속는 사람을 조롱하면서 늘어놓는 거짓말들은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중요한 충족을 가져다준다. 작화과정을 통해 구체화되고 생생해져 스스로도 믿게 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최근 언론이나 임상에서 접하게 되는 공상허언증은 때로는 내용이 유사해 사례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 국한된 것이어서 편향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지만 허언이나 작화에 담긴 내용들을 보면 집안재력, 좋은 학벌, 일부 특정한 직업, 유학이나 이민과 같은 주제가 대부분 등장한다.

이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정신의학적 질병이나 증상에는 시대가 투영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들의 거짓말이 비슷하고 중복된 이유는 다른 이들로부터 관심과 숭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우리사회에서 획일화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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