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미백효과?…바르자마자 하얘지는 미백제품의 진실
즉시미백효과?…바르자마자 하얘지는 미백제품의 진실
  • 화장품비평가 최지현
  • 승인 2014.08.0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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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르자마자 요술처럼 얼굴이 하얘지는 ‘즉시미백’화장품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홈쇼핑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클라우드나인’에서부터 ‘밀키드레스더화이트’ ‘리제떼’ ‘옛플래시온크림’ ‘화이트터치’에 이르기까지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이처럼 즉각적인 미백효과가 나오는 걸까?

우선 식약처가 내린 미백화장품의 정의부터 알아보자. 미백화장품이란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가진 화장품으로 식약처에서 정한 미백기능성 고시성분이 정해진 만큼 들어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미백화장품’이라고 광고하기 위해서는 ‘닥나무추출물’이 2%이상 들어있거나 알부틴이 2~5% 사이로 들어가는 등 반드시 미백기능성성분을 함유해야 한다.

즉시 미백 효과를 내세우는 제품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성분은 ‘티타늄디옥사이드’다. 이 성분은 자외선차단성분이면서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착색제로도 쓰인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즉시 미백’제품들은 모두 미백기능성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클라우드나인’과 ‘밀키드레스더화이트’에는 ‘알부틴’이 들어 있고 ‘리제떼’와 ‘옛플래시온크림’에는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들어있다.

이밖에도 ‘즉시미백효과’를 내세우는 모든 제품에 미백기능성성분이 들어있다. 장기적으로 바른다면 어느 정도 피부가 하얘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미백성분은 즉각적인 미백효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알부틴을 아무리 발라도, 나이아신아마이드가 아무리 많이 들어있어도 그걸 바른다고 피부가 즉각적으로 하얘지지는 않는다. 그럼 도대체 바르자마자 조명을 켠 것처럼 뽀얗고 하얘지는 효과는 어떤 성분이 부리는 마술인 걸까?

그것은 바로 ‘티타늄디옥사이드’ 때문이다. 이 성분은 자외선차단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한편으로는 흰색을 내는 착색제로 쓰이기도 한다. 티타늄디옥사이드의 원료가 티탄철석(ilmenite) 등 흰색을 띠는 암석이기 때문이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뜨는 백탁현상을 겪는 이유도 바로 이 성분 때문이다.

‘즉시미백’제품은 티타늄디옥사이드의 바로 이러한 성질을 제대로 역이용했다. 너무 많이 넣으면 바르는 게 힘들 정도로 백탁현상이 심하지만 적당히 넣으면 보기 좋게 하얗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여기에 실리콘오일이나 세틸에칠헥사노에이트 등의 유화제를 넣고 또 알루미늄하이드록사이드, 실리카 등의 흡수제를 넣으면 산뜻하고 보송보송한 피부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자랑하는 ‘즉시미백효과’는 미백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착색제의 화장효과일 뿐이다. 이는 세수만 하면 사라지는 일시적 효과로 정확히 말하면 ‘브라이트닝’(Brightening·일시적 안색 밝기 개선)이지 ‘화이트닝’(미백)이 아니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미백기능성인증을 받은 후 ‘미백’이라는 표현을 마음껏 사용하며 심지어 앞에 ‘즉시’라는 수식어를 붙여 소비자가 헛갈리도록 이 두 가지를 교묘하게 뒤섞어버렸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업체들이 이 제품들을 마치 기초제품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낮에 외출할 때도 바르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에도 바르라는데 과연 그래도 되는 걸까?

유감스럽게도 둘 다 안 된다. 착색제가 들어있어 기초가 아니며 자외선차단효과가 떨어져 외출용으로 바르기에도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물론 티타늄디옥사이드가 들어있어 어느 정도의 자외선차단효과가 있겠지만 기능성제품으로 인증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 효과를 신뢰할 수 없다.

굳이 외출용으로 바르고 싶다면 이 위에 반드시 SPF 20 이상의 자외선차단제를 덧발라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즉시미백효과가 사라져버려 애써 바른 의미가 없어진다.

밤에 바르고 잔다는 것 역시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생각이다. 여자들이 클렌징크림과 폼클렌저로 힘들게 이중세안하는 이유는 색조화장과 자외선차단제를 깨끗하게 지우기 위해서다. 애써 지워놓고 다시 자외선차단성분이 잔뜩 들어간 화장품을 바르고 잠자리에 들라니 터무니 없다. 티타늄디옥사이드는 순한 성분이긴 하지만 암석 특유의 끈끈하고 달라붙는 성질 때문에 지성피부의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다. 반드시 깨끗이 지우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이처럼 즉시미백화장품은 미백과는 상관이 없을 뿐 아니라 외출용으로도 부적합하고 밤에 바르는 기초화장품으로도 불합격이다. 도대체 언제 무슨 용도로 발라야할지 알 수 없는 제품이다. 가장 한심한 건 왜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까지 하얗게 화장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남편과 아이들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까지 맨얼굴을 숨겨야 하는걸까?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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