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환자 ‘강아지구충제’ 복용…“부작용으로 고통만 더할 수도”

2019-10-30     허일권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최근 미국에서 강아지구충제로 말기암을 완치했다는 이야기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에 식약처는 강아지구충제인 펜벤다졸이 사람에게는 안전성·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아 절대 복용하지 말라고 경고문을 올렸는데도 구할 수 없을 만큼 인기다.

말기암환자들은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이라고 말한다. 특히 폐암말기로 선고받은 개그맨 김철민이 펜벤다졸을 먹기 시작하면서 그의 선택을 응원하는 댓글도 많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30년 전 세포에만 한정돼 구충제항암효과가 밝혀졌다”며 “하지만 의학계에서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았던 것은 이미 대체약이 있는데다 사람에서 항암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아지구충제나 사람구충제나 작용기전이 똑같은데 꼭 먹겠다면 굳이 동물용구충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강아지구충제는 다양한 암세포를 구분하는 능력이 전혀 없다. 따라서 정상세포를 위협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대호 교수는 “암세포에 약을 투여했을 때 적어도 1만개 중 9999개는 죽여야 의미가 있는데 구충제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대의학은 근거중심의학이다. 강아지구충제로 말기암환자가 살아났다는 사례는 1명에 불과하다. 또 강아지구충제만이 아니라 다른 약을 병용했을 수도 있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강아지구충제를 처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대호 교수는 “강아지구충제의 효과나 환자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효과, 용량, 부작용 등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말기암환자에게 부작용은 여생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