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보다도 못한 초음파 검사
2013-09-11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얼마나 좋은 정책인가? 그야말로 민선 단체장시대에서나 가능한 참신한 정책이 아닌가? 그런데 지역 의사회에서는 이런 군수의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유가 뭘까? 지역 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군수의 입장에서 보면 의사들의 이기심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로 인해서인지 군내에 단 하나뿐이던 산부인과는 문을 닫았고 산전관리는 무료로 잘 받았지만 시술을 요하는 병에 걸리거나 출산을 위해서는 도심으로 나가야 했다. 선의로 시작한 정책이 변질되고 만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는 산부인과의사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나서야만 했다고 한다.
결정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었을 테고 타당성 있는 자료를 근거로 했을 텐데 내막을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이래도 되나?’라는 의구심이 든다. 이를 선뜻 받아들인 의료계도 이해가 안 간다. 관행수가의 절반을 받고 급여화를 받아들인다면 기존의 초음파수가는 그만큼 거품이었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초음파검사의 급여화가 비급여로 받던 수가의 50%를 받는 선에서 결정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정말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까? 당장은 좋겠지만 당연히 왜곡된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수입이 반토막이 났는데 이를 무시할 정도로 국내 의료기관들에 여유가 있는 것일까? 비중 있는 비급여항목이었던 초음파검사 수가가 이런 식으로 결정되면 분명 병원경영에 치명타를 맞을 텐데 아무런 일이 없을까? 과잉진료가 발생하지 않을까? 아니 과잉진료가 발생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어느 날 정부에서 자장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니 반값으로 팔라고 하면 주인은 기를 쓰고 두 배로 매출을 올리려 할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수가는 현실에 부합하는 선에서 결정돼야한다.
의료계가 진료비 과잉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근본적으로 현실적이지 않은 저수가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매번 밀어붙이기 식으로 현실적이지 않은 정책을 양산하면 결국 엉뚱한 곳에서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병원이 망하게 생겼는데 초음파검사를 두 배로 늘리려 하지 않을까?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이런 정책이 과연 결국 국민에게 옳은 정책인지 묻고 싶다. 당장 싸게 뭔가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사협회가 이 사태를 왜 조용히 넘기는지도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