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 가족력 있다면 증상 없어도 검사받아야

2020-07-31     김보람 기자
중앙대병원

#어릴 때부터 간질로 약물치료를 받아온 고등학생 A군. 어느 날 간질발작증세가 심해져 응급실을 찾았다. 짧게는 몇 초, 길게는 2~3분까지 지속되는 간질발작은 약을 먹어도 조절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놀랍게도 A군의 심전도모니터에서는 심장수축이 병적으로 빨라지고 심한 경우 급사할 수 있는 ‘심실빈맥’이 나타났다. A군은 정밀검사 끝에 유전성부정맥의 일종인 ‘긴QT증후군(Long QT syndrome)’을 진단받았다.

중앙대병원 심장혈관부정맥센터 순환기내과 신승용 교수는 “긴QT증후군은 유전성심장질환으로 A군의 어머니도 심전도 검사에서 유전성부정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과거 외할아버지가 30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장마비로 돌연사 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심정지 발생 수는 연간 2만5000명 정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중 유전성부정맥은 고혈압, 고지혈증 등 관상동맥질환 또는 기저질환이 없어도 젊은 나이에 돌연사 원인 중 하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대한심장학회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급성심장마비환자 1979명을 분석한 결과 유전성부정맥이 원인이었던 사람은 290명(14.7%)이었다.

돌연사를 유발하는 질환에는 유전성부정맥 외에도 ▲브루가다증후군 ▲긴/짧은QT증후군 ▲비후성심근증 ▲부정맥유발성 우심실이형성증/심근증 등의 유전성심장질환이 있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로 유전자검사를 통해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유전성부정맥 진단에는 유전자검사가 유용하게 활용되며 이중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을 통해 유전성심장질환 위험군을 미리 찾아낼 수 있다.

신승용 교수는 “병의 진행정도에 따른 위험도를 평가한 후 치료방향을 결정하는데 급사의 위험이 중등도 이상이라면 이식형제세동기시술을 고려하거나 경우에 따라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로 돌연사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