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정밀함·의료진 숙련도 ‘1시간 환상 협업’

[목동힘찬병원 로봇인공관절수술현장 참관기]

2020-09-24     장인선 기자

노인들의 활기찬 여생을 방해하는 주적(主敵) 중 하나인 무릎질환은 의료기술발전에 따라 이제 한층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인공관절삽입이 불가피한 퇴행성관절염 말기환자들은 로봇인공관절수술로 빠른 일상복귀가 가능해졌다. 올 6월 스트라이커사의 마코로봇을 도입한 힘찬병원은 시행 한 달 만에 100례를 돌파, 현재 300례를 향해 전진 중이다. 목동힘찬병원의 로봇인공관절수술현장을 직접 찾았다.  

■2번의 치밀한 수술계획, 정확도↑

9월 10일 오전 11시30분, 2번 수술방. 로봇 옆에서 수술을 준비 중인 집도의와 환자 옆에 자리 잡은 대형모니터. 집도의가 콘솔박스 안에서 로봇팔을 조종하는 기존로봇수술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마코로봇은 컴퓨터프로그램과 로봇 팔 두 가지로 구분된다. 본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는 컴퓨터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전에 3D CT로 촬영된 환자의 무릎영상을 기반으로 인공관절크기와 삽입위치, 최소한의 뼈 절삭범위 등을 계산해 모니터에 보여주는 것.

다음은 집도의의 몫이다. 사전 3D CT영상에 드러나지 않은 인대, 힘줄 등 무릎주변조직을 직접 확인한 후 로봇이 예측한 1차 수술계획에 추가해야한다. 그래야 환자의 다리 축과 무릎균형을 고려한 수치가 로봇에 의해 정확히 계산된다. 이후 가상수술을 통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한다.

집도의인 목동힘찬병원 최경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로봇인공관절수술은 두 번에 걸친 수술계획 후 본 수술에 들어가기 때문에 더 정확하고 안전할 수밖에 없다”며 “단 로봇이 예측한 1차 수술계획에 환자마다 다른 무릎주변조직의 요소를 반영해야하기 때문에 집도의의 전문적 판단과 임상경험이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목동힘찬병원

■절삭위치 한 번 더 꼼꼼히 확인

본 수술에 앞서 또 하나의 관문이 남았다. 바로 사전에 계획된 절삭위치와 실제 환자의 관절위치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최경원 원장은 컴퓨터프로그램을 조정하던 마코 스페셜리스트(수술 시 로봇에 연결된 프로그램을 조정하면서 집도의와 커뮤니케이션)와 호흡을 맞추면서 모니터에 뜬 초록색 점들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인공관절이 환자의 무릎에 잘 맞게 들어가려면 무릎관절연골과 연골하골을 오차 없이 절삭해야합니다. 따라서 사전에 계획된 절삭위치와 정확히 일치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하죠. 확인작업 후 오차범위가 0.5mm여야 비로소 본 수술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가 모니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제 시작합니다.” 오차범위가 0.5mm 이내로 나오자 최경원 원장의 진두지휘 아래 본 수술이 시작됐다. 그는 로봇 팔에 절삭기를 연결, 병든 무릎관절의 연골을 깎기 시작했다. 이때도 좀처럼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바로 햅틱존(계획된 절삭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을 벗어나지 않고 뼈가 잘 깎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햅틱존 덕분에 주변인대와 근육손상 없이 최소한의 뼈만 정확히 깎아낼 수 있습니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빠른 회복이 가능한 이유죠. 단 로봇 팔을 잡고 제어하는 건 집도의이기 때문에 중간 중간 판단을 잘하면서 수술을 이끌어야합니다.” 그는 햅틱존을 벗어나지 않고 사전에 계획된 절삭범위 안에서만 정확하게 뼈를 깎아냈다.

‘탕탕탕’. 그가 힘차게 인공관절을 고정시켰다. 환자의 무릎에 딱 맞는 인공관절이 빈틈없이 삽입됐다. 12시30분. 마코로봇의 정밀함과 의료진의 숙련도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한 번 하는 수술, 이왕이면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받으면 좋잖아요. 로봇으로 하길 잘했어요. 큰 통증 없이 하루하루 무릎이 좋아지는 걸 느낍니다.” 수술참관을 마치고 찾아간 병동. 3주 전 로봇인공관절수술을 받고 곧 퇴원하는 이영진 할머니(여, 75)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만족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