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장기전…누릴 건 누리면서 즐겁게 관리해야”

[인터뷰] 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2020-12-02     장인선 기자

· 골고루 먹되 커피믹스 등 혈당 급상승 음식들 주의
· 운동은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선택
· 겨울엔 새벽·아침 피하고 부상예방 위해 준비운동 충분히

당뇨병 관리는 페이스 유지가 중요한 장거리 마라톤 같다. 자신에게 알맞은 치료·관리법을 평생 유지해야해서 처음부터 전력질주하면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 힘이 빠진다. 그런데 겨울과 코로나19, 이 두 가지 복병에 당뇨환자들의 고민이 커졌다.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며 당뇨병 전문의로 한길을 걸어온 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에게 겨울철 당뇨병 예방·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을 얻었다.

이상열

- 겨울철 당뇨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겨울에는 신체의 전반적인 대사상태가 좋지 않은 쪽으로 변화한다. 혈압도 여름보다 겨울에 더 높아지며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소인 콜레스테롤도 겨울에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 가뜩이나 상황이 이런데 식이·운동요법마저 실천하기 어려워진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몸은 덜 움직이게 되고 귤처럼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겨울 과일들의 유혹도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신체변화는 노인들에게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고령층일수록 당뇨관리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 이럴 때일수록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해야 할 텐데.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너무 극단적으로 이것저것 제한하면 의욕은 물론, 삶의 즐거움도 사라진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기본적인 욕구는 채워주면서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택해 이것만큼은 기필코 지키리라 마음먹으면 된다.

가령 음식은 고기, 생선, 해산물, 채소 등을 골고루 먹되 커피믹스, 청량음료, 주스류, 정제탄수화물식품(떡, 빵, 백미밥, 과자류) 같은 혈당을 빨리 올리는 음식들만큼은 피하는 것이다. 이 음식들만 피해도 혈당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과일은 반 개 미만으로 식후에 먹는다. 이렇게 하면 과일이 다른 음식과 같이 소화돼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지면서 단독으로 먹을 때보다 혈당을 갑자기 올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운동도 나이 들어서까지 할 수 있도록 부상위험이 적은 운동(걷기, 조깅, 구기운동 등)을 택한다. 일주일에 3~4회 요일을 정해놓고 가족이 함께 하는 것도 좋다. 단 겨울철 새벽과 아침운동은 혈압을 갑자기 올릴 수 있어서 피해야한다. 기온이 오르는 낮에 운동하되 충분히 준비운동 한 다음 시작한다. 굳어있던 관절을 풀어줘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영 컨디션이 별로면 운동을 건너뛰고 그날만큼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 우리나라는 당뇨병환자보다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들었다. 이것이 왜 위험한가.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한 당뇨병 팩트시트 2020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유병률은 13.8%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당뇨병 전 단계, 즉 공복혈당장애에 해당하는 사람은 26.9%로 지난해(25.3%)보다 상승했다.

공복혈당장애는 공복 혈당이 100mg/dL이 넘거나 식후 2시간 혈당이 140mg/dL 이상인 상태(당뇨병 : 공복 혈당 126mg/dL 이상 또는 식후 2시간 혈당 200mg/dL 이상 2번 이상일 때)를 말한다. 아직 당뇨병은 아니라고 안심할 수 있지만 공복혈당장애는 이미 당뇨병 직전까지 왔다는 의미다. 내버려두면 당뇨병 진행위험이 3~5배, 심혈관질환 위험은 2~3배 높다고 보고됐다. 

다행히 공복혈당장애 단계에서 적절한 식이·운동요법을 실천하면 당뇨병을 예방하고 진행위험도 대폭 낮출 수 있다. 공복혈당장애로 진단되면 바짝 긴장하고 생활습관 재정비에 나서야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당뇨병환자보다 공복혈당장애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경각심이 필요하다.   

- 당뇨병은 합병증이 더 무섭다고 하는데 조기에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당뇨병은 한마디로 혈액 속에 당이 많아진 상태로 혈관을 타고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뇨병 합병증을 크게 구분하면 대혈관합병증(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과 미세혈관합병증(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성 콩팥병증, 말초혈관손상으로 인한 손발저림과 시림 등)으로 나뉜다.

이들 합병증을 조기에 예방하려면 당뇨병의 주 진료과인 내분비내과에서 정기적으로 당뇨합병증검사를 받고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 내분비내과에서는 검사결과에 따라 합병증 발생위험을 판단하고 어느 과와 진료를 병행해야할지 안내해준다. 당뇨병 합병증은 마치 끊어진 고무줄처럼 뒤늦게 손 쓰려고 하면 회복이 어렵다. 내분비내과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을 때부터 주치의와 함께 합병증 관리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 디지털 헬스케어(디지털기술이 접목된 건강관리)가 강세다. 당뇨관리에는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지.

당뇨병은 평생 관리해야하는 병이라서 실시간 정보 확인과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기술이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로 당뇨병 관리 앱을 들 수 있다. 환자가 그날의 식단, 혈당 등을 기록하면 의료진이 이를 바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언들을 빠르게 해줄 수 있다. 

앞으로 당뇨병 치료에서도 디지털기술을 동원한 개인별 맞춤치료가 활성화되면 환자 특성에 맞는 약제를 선별해 치료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환자에게 취약한 합병증 발생위험도 예상해 미리 치료·관리함으로써 환자 삶의 질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코로나19까지 기승이라 당뇨환자들의 걱정이 더 늘었다. 힘이 되는 조언 한 말씀 부탁 드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뇨관리는 마라톤처럼 자기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말고 자신이 지속해온 치료·관리법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좋다. 질병관리청이 권고한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필요한 예방접종은 권장기간 내 반드시 접종한다. 스트레스도 영향을 주니 자신 없는 것은 억지로 하지 말고 내 몸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즐겁게 관리할 것을 당부 드린다.   

※ 이상열 교수는?

이상열 교수는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제 학술지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국내 최초로 당뇨병 자가 관리 애플리케이션 당뇨병수첩을 개발하기도 했다. 올 9월에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세계적 리더 에릭 토플이 출판한 딥메디슨을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맞게 번역 출간한 바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를 선도하고 있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과 사람 간 유대관계는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의사와 환자 간 높은 신뢰도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진료에 임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좋은 의료환경을 만들고 환자와 의사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