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혈당관리가 끝이 아니다
당뇨, 혈당관리가 끝이 아니다
  • 박석원 | CHA의과학대 학교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교
  • 승인 2012.07.0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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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날씨에 나른하고 입맛이 떨어진다는 사람이 많지만 대다수는 계절 탓으로 가볍게 넘어간다. 하지만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나른함이 합병증의 신호일 수 있다. 

당뇨 합병증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장기인 신장(콩팥)은 제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릴 때까지 통증이나 뚜렷한 자각 증상 없이 손상되는 대표적인 장기다. 신장 기능이 70% 이상 나빠져도 그저 피곤하고 무기력한 정도에 그친다. 당뇨병 환자가 나른함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와 작용에 이상이 생겨 혈당이 높아지는 병이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에너지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인슐린에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쓰이지 못한 포도당이 혈액에 녹아 혈당이 높아진다.

혈액 속 당의 농도가 높아지면 피는 걸쭉해지고, 걸쭉한 고혈당의 혈액은 소변으로 걸러 빠져나갈 때까지 온몸을 떠돌며 혈관 벽에 상처를 낸다.

이 때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혈관이 분포된 신체의 모든 부분에서 합병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특히 미세혈관 질환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당뇨병 환자가 5배 이상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장에는 미세한 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있어 고혈당 혈액에 의한 손상에 더욱 취약하고, 복용한 약물을 배출하는 경로 역할도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당뇨병의 경우 신장에 더욱 부담을 주게 된다.

당뇨병 환자가 제때 적절한 신장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비당뇨병 환자와 비교해 악화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게 신기능 저하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약물이나 감염 등과 같은 교정 가능한 신기능 저하 요인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단하고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신장이 손상되어도 통증이나 자각 증상이 없어 환자가 이상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신장 기능이 70% 이상이면 자각 증상이 전혀 없고, 30~70%일 때는 몸이 피로하고 손발이 약간 부어오르는 정도이며, 15~30%여도 무기력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정도에 그친다.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10% 아래로 떨어져야 손·발·얼굴 등이 심하게 붓고 어지럼증이나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초기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별로 없고 열에 하나는 투석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다.

신기능이 저하된 당뇨병 환자에게는 혈당 강하제 등 당뇨 치료제의 조절이 필요하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당뇨병 환자의 과반수가 사용하고 있는 약물인 설폰요소제나 메트포르민의 경우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데, 만일 신기능이 크게 떨어져 신장에서 제대로 배설되지 않으면 체내에서 2~3배로 효과가 증폭되어 저혈당 등과 같은 치명적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당뇨병 환자의 67% 정도가 한 가지 이상의 신기능 저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당뇨병 환자의 신기능 저하는 돌연사를 일으키는 저혈당이나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 비율을 급격하게 높이기 때문에 신기능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을 통한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신장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악화되므로 최대한 빨리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당뇨병 환자는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신기능 저하가 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신기능이 저하되면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거품뇨가 생기거나, 피가 섞여서 검붉은 소변을 보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즉각 의사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과거 신장 관련 질환을 앓은 적이 있거나 가족 중 신장 질환을 앓았던 사람이 있는 경우 사전에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박석원 | CHA의과학대 학교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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