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우울증, 정말 남성에게 많을까
가을우울증, 정말 남성에게 많을까
  • 이보람 기자 (boram@k-health.com)
  • 승인 2014.09.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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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여성 특히 취약, 가족이 살펴줘야

아침저녁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에 가을이 다가왔음을 온 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이맘때면 ‘외롭다’거나 ‘마음이 쓸쓸하다’며 ‘가을타는 것 같다’는 이들이 많다. 가을을 타는 것은 우울증의 한 증상이다. 특히 가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해 봄이 온 후 진정되는 경향을 보인다면 ‘계절성우울증’ 또는 ‘가을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을우울증의 주요원인은 기후변화다. 햇빛이 비추는 시간이 점점 줄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나 호르몬이 변화해 우울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실제 일조량이 적은 스칸디나비아지역은 계절성우울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일조량이 줄어들면 호르몬분비에 변화가 생겨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분비는 늘고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분비는 줄어 우울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가을우울증환자의 60~90%가 여성이다. 대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며 흔히 남자가 가을을 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호르몬변화를 크게 겪고 있는 40~50대 갱년기여성은 계절성우울증에 더욱 취약하다. 모든 일이 귀찮고 만성피로나 집중력 저하, 긴장, 초조감 등이 오래간다면 가을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하루 종일 누워 있고 싶고 활동량이 줄다 보면 무력감과 외로움에 우울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또 전반적으로 여성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10~25%로 남성보다 2배 이상 높다. 특히 여성우울증 절반 이상이 3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에 나타나는데 이를 두고 ‘주부우울증’이라고 한다.

주부우울증은 여성이 아이를 낳은 후 사회활동이 단절되면서 무기력증과 허무함이 우울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육아·가사노동의 부담과 함께 단절감이 겹치기 때문에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주부 혼자 집에 있거나 줄곧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면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다는 점도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또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우울증에 더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뇌 속을 흐르는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더욱이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 변화에 따라 몸의 평형상태가 깨지기 때문에 우울증이 쉽게 찾아온다. 호르몬이 갑작스럽게 변하는 시기는 월경과 출산 전후, 갱년기다.

‘생리전증후군’에서도 흔히 우울증상이 동반되는데 월경 시작 전 4~10일 동안 자극에 과민하고 신경질적이며 화를 잘 내거나 불안·초조·우울증세를 보이다가 월경이 시작되면서 소실되는 것이 보통이다. 가임여성의 75%가 겪고 있으며며 이 가운데 5~10%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보인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명훈 교수는 “우울증은 결코 자신의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다”라며 “우울한 감정이 모두 우울증은 아니지만 우울감이 지속되면서 의욕이 저하되고 불면과 식욕저하, 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기능 변화가 오면 우울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성뿐 아니라 쓸쓸한 마음이 드는 이맘때면 ‘노인우울증’도 늘어난다. 노인우울증은 젊은 사람에 비해 겉으로 잘 들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평소와 달리 ‘자신의 과거는 잘못됐다’든가 ‘주위사람들에게 죄를 지었다’ 같은 망상을 갖는 경우 우울증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 온몸이 자주 아프다거나 소화가 잘 안되고 자주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 건강염려증이나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우에도 우울증으로 파악해 조기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평소 자살에 대한 뚜렷한 표현이 없고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거나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경우 ‘자살경고등’으로 판단해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이밖에도 노인우울증의 특징은 ▲슬픔의 표현이 적고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많으며 ▲뒤늦게 발생한 알코올의존 등이 있다.

북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라연 과장은 “노년기우울증은 본인조차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사람들도 '기운이 없는 것은 늙어서 그런 것'이라며 방치하는 일이 많다”며 “평소 가족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부모님의 사소한 감정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 조기에 우울증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전했다.

TIP. 가을우울증 예방하는 생활습관
가을 우울증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햇볕 아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가을햇볕은 우울증을 극복하고 기분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햇볕을 쬐면 세로토닌이 원활하게 분비돼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맑은 날 꾸준히 산책하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걷는 게 좋다. 야외활동이 여의치 않으면 실내에서 커튼을 걷어 햇볕을 받도록 한다.
 
또 의식적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가을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식욕과 수면욕을 부르기도 한다. 우울한 기분에 많이 먹고 많이 자 살찌는 원인이 되기도 된다. 이 때문에 의식적으로 아침잠을 줄이고 밤에는 제 시간에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우울증 예방에는 비타민D가 좋다. 비타민D는 대부분 햇빛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 일조량이 적은 가을에는 연어나 우유, 달걀노른자, 생선, 간 등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된다. 또 세로토닌분비에는 수용 비타민인 비타민B6도 중요한 역할을 해 땅콩, 치즈, 참깨, 두부, 마늘, 현미, 요쿠르트 등을 꾸준히 먹는 것이 좋다.

TIP. “나도 혹시 주부우울증?” 자가진단
1.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2. 일상적인 대부분의 일에서 관심 또는 흥미의 감소
3. 식욕감소 또는 증가(체중감소 또는 증가, 한 달에 5% 초과)
4. 불면 또는 과수면
5. 정신운동성 초조(불안해서 저절로 움직여지는 것)와 지체(행동이나 말이 느려지는 것)
6. 피곤 또는 에너지 감소
7. 무가치감, 부적절한 죄책감
8. 집중력 저하, 우유부단
9. 반복적인 자살 생각
(위에서 언급한 증상 중 5개 이상 (1, 2번 중 하나 이상) 있고 이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유발할 때 진단될 수 있다.)

TIP. 노인우울증 자가진단
1. 평소와 달리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
2. 일상생활이 재미 없고 따분하다.
3. 평소보다 체중이 많이 감소되거나 부쩍 증가했다.
4. 수면장애를 느낀다.
5. 피로감과 활력을 상실한 것 같다.
6. 존재감이 없으며 죄책감을 느낀다.
7.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안절부절한다.
8. 반복적인 자살시도와 죽음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한다.
(위 내용 중 5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노인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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