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결핵치료제 등장이 반가운 이유
새로운 결핵치료제 등장이 반가운 이유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4.10.01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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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립서북병원 서해숙 진료부장에게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결핵환자가 있다. 키 160cm에 몸무게가 40kg 밖에 되지 않는 왜소한 65세 아주머니 환자다. 이 환자는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결핵환자로 1994년 첫 진단을 받고 치료를 거듭하던 끝에 2009년 사망했다.

환자는 사망하기 직전 구급차에 실려 서북병원으로 오던 중 갑자기 차를 돌려 다른 병원에서 사망했다. 자신의 상태를 직감하고 오랜기간 치료해준 주치의가 사망선고를 내리면서 괴로워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때를 회상하면 서해숙 진료부장은 환자에게 쓸 약이 없어 느꼈던 무기력과 나약함, 그리고 억울함을 잊을 수 없다.

흔히들 ‘가난한 병’으로 떠올리는 결핵은 여전히 퇴치되지 않은 위험한 질병이다. 환자수도 최근 10년간 증가추세를 보이며 2012년 기준 5만명에 육박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다제내성결핵환자수 모두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 가운데 다제내성결핵은 그동안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가 어려웠을뿐 아니라 치료기간도 길고 완치율도 낮았다.

다제내성결핵은 결핵치료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약제(이소니아지드, 리팜피신)에 모두 내성이 있는 결핵균에 의해 발생한다. 이 경우 치료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나머지 항결핵제들로 처방하는데 2년이라는 긴 치료기간이 걸리는데도 치료성공률은 평균 50% 미만이다.

난치성질환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다제내성결핵이 무서운 이유는 높은 전염력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명의 다제내성결핵환자가 10~20명에게 질환을 전염시킨다. 이에 따라 2011~2015년 사이에 200만명 이상 감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처음으로 다제내성결핵치료제가 나와 주목된다. 얀센이 개발한 ‘서튜러’라는 약인데 앞선 사례처럼 치료대안이 없었던 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임상자료를 보면 서튜러는 객담검사(가래검사) 결과 음성으로 전환되는 시간이 83일로 나타났다. 이는 위약투여 시 125일보다 42일 단축된 것이다. 120주 시점에서 완치된 것으로 보인 환자는 57.9%로 위약군 31.8% 보다 높았다.

보건당국이 다제내성결핵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전부터다. 결핵환자에 대한 강제입원명령과 생활비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결핵예방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은 지난 7월에서야 도입됐다. 나아가 더 많은 환자들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서튜러의 건강보험급여화도 신속히 추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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