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과 마루타
임상시험과 마루타
  • 김성지 기자 (ohappy@k-health.com)
  • 승인 2014.10.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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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는 일본말로 통나무라는 뜻이다. 2차대전 당시 일제 세균부대 중 하나였던 731부대에서 희생된 인체실험대상자를 일컫는 말로 우리에겐 역사적 아픔이 묻어있는 말이다.

일본군은 731부대에서 페스트, 콜레라균 등 각종 전염병균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다.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에게 강제로 균을 주입해 세균실험을 하는 등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인체실험으로 악명이 높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몽골인 등 3000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마루타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가 ‘인체실험,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제약물투여’ 등의 뜻으로 통용되면서 최근 정상적으로 행해지는 임상시험을 두고 ‘인간마루타, 목돈알바’라며 비하하는 일이 많다.

임상시험은 동물을 대상으로 약효실험을 하는 전임상시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약효‘평가’를 하는 임상시험이 있다. 1상에서는 100명 안팎의 건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평가하고 2상에서는 수백명의 환자에게 직접 적용하면서 최적의 투여량을 설정한다.

이어 3상에서는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수천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4상은 전임상과 1, 2, 3상시험에서 안전성이 있다고 판단돼 약물이 시판된 뒤 부작용을 추적해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임상시험은 2009년 551건, 2010년 718건, 2011년 826건, 2012년 929건, 2013년 973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환자에게 안전한 약을 투여하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임상시험의 장점으로 해외신약을 빨리 접할 수 있다는 것을 꼽는다. 국내 제약사는 우리 국민의 특성에 맞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고 시험에 응하는 피험자들은 신약을 누구보다 먼저 무료로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이 임상시험에 지원하기도 하고 실제 환자들도 2상이나 3상시험이 진행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린다. 환자들에게 있어 임상시험은 치료가능성 있는 약을 누구보다 먼저 접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임상시험은 동물실험과 초기임상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전성을 검증 받은 약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인 부작용위험이 적다. 임상시험하는 약을 먹고 실명했다거나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없던 질병이 생겼다는 말은 유언비어다. 무엇보다 자발적 참여가 원칙이며 시험기간 중 자신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임상시험은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말기암환자에게는 희망의 끈이다. 인간마루타에 빗대어 손가락질 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삶을 더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의 시험이며 누군가에게는 외국의 신약개발을 배워 우리나라 사람에게 맞는 약물을 보다 빨리 개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임상시험은 3개월에 한 번 이상 할 수 없다. 약을 먹고 피를 뽑는 시험인 만큼 임산부나 3개월 이내에 헌혈한 사람은 참여할 수 없고 임상시험 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병원이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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