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백혈병치료제가 각별한 이유
국산 백혈병치료제가 각별한 이유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4.11.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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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환자에게 고가의 치료제비용은 늘 해결되지 않는 숙제다. 다행히 백형별치료제 대표약물인 ‘글리벡’이 지난해 특허만료되면서 국내제약사들이 저가의 복제약을 내놨지만 환자들의 갈증은 여전하다.

현재 백혈병치료제시장은 글리벡이라는 1세대약물을 넘어 차세대치료제로 전환되고 있다. 바로 내성문제 때문이다. 그간 글리벡을 복용했던 환자들에게 내성이 생기면서 더 이상 약효를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이들에게는 또 다른 고가의 차세대백혈병치료제가 필요하다.

백혈병은 아시아환자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약물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위치한 거대 다국적제약사만의 것이었다. 따라서 어렵게 등장한 ‘메이드인코리아’ 백혈병치료제는 환자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일양약품이 개발한 ‘슈펙트’는 아시아국가가 개발한 최초의 백혈병치료제다. 게다가 현재 처방되고 있는 차세대백혈병치료제 가운데 가장 싸다. 조만간 임상3상이 마무리되면 1차 치료제로 승인돼 초기부터 투여 받을 수 있다.
 

슈펙트의 개발과정을 들여다보면 신약 하나가 얼마나 험난한 관문을 거쳐야만 환자의 손까지 갈 수 있는지 느끼게 된다. 슈펙트는 약효가 발견된 후보물질을 동물(실험용 쥐, 원숭이, 개)에 주입시키는 단계에서 무려 510번이나 폐기처분됐다. 동물이 죽어나가는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봐야하는 일은 연구원들에게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이다.

문제는 이보다 더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2004년 510번째 합성물질의 시료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던 실험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 때까지 가장 효과가 좋은 물질이었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박탈감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연구재개 직후인 511번째 만에 독성실험이 성공했다. 여기서 건져낸 물질이 바로 슈펙트의 주성분인 라도티닙이다. 이를 보면 슈펙트는 결국 탄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니었을까.

며칠 전 슈펙트가 대한민국산업기술 최고기술상인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슈펙트는 세계시장에서 우리 제약산업 기술력을 증명함은 물론 저렴한 약가로 향후 건강보험재정 건실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치료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연구원들에게 환자들을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헬스경향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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