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만큼 높은 건선환자 보험급여 문턱
편견만큼 높은 건선환자 보험급여 문턱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5.03.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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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대중목욕탕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고 대기실에서 항아리 모양의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일입니다.”

지난 4일 중증건선환자를 소재로 한 소셜다큐 ‘다시, 봄’의 시사회무대에 오른 대한건선협회 ‘선이나라’ 김성기 회장이 고백한 소박한 소망이다. 그의 고백에는 전염병이 아닌데도 피부증상 때문에 사회적 편견에 갇혀 지내는 중증건선환자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났다.

이날 상영된 소셜다큐 ‘다시, 봄’은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3년 전 홀연히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딸 미영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미영은 아버지가 중증건선으로 회사를 그만둔 후 막노동판을 전전하면서 외모로 차별받고 소외돼 상처받은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오해와 원망에서 벗어나 고립된 아버지의 아픔에 공감하며 가족구성원으로 포용하게 된다.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주제다. 중증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외관상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을 보고 전염병으로 오해하기 쉽다.

이 때문에 중증건선환자들은 사회생활에 제약을 받게 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니 증상이 악화되고 사회로부터 점점 더 고립돼 우울증을 겪는 것은 물론 자살률도 높다.

이들을 세상에서 등지게 하는 요인은 편견어린 시선만이 아니다. 좋은 치료제를 쓸 수 있는 환경도 부족하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제제의 치료비용은 연간 700~1000만원에 달한다. 대한건선협회 조사에 따르면 중증건선환자 10명 중 8명은 비싼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었다.

현행 요양급여기준에 따르면 건선환자가 생물학적제제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아래의 4가지 조건을 모두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판상건선이 전체 피부면적의 10%이상이고 건선의 임상적 중증도를 측정하는 PASI가 10 이상이며 메토트렉세이트(MTX), 사이클로스포린을 3개월 이상 투여했는데도 치료효과가 없고 PUVA 광화학치료법 또는 UVB광선치료법을 3개월 이상 지속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다.

이처럼 급여기준이 까다로운 이유가 있다. 중증건선은 평생 치료받아야 하는 자가면역질환인 동시에 피부증상으로 사회활동이 어려운데도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제도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혜택을 받게 되면 요양급여비용의 1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 사회적 편견만큼 아픈 것은 없다. 그리고 하나 더,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는데도 경제적 이유로 포기하는 상황만큼 절망적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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