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알리스 복제약과 식약처의 이상한 행태
시알리스 복제약과 식약처의 이상한 행태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5.08.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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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출시까지 한 달. 모든 준비는 마쳤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 식약처에서 제품명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제동을 걸겠단다. 허가과정에서는 아무런 제재도 없다가 출시가 이제 한 달 남았는데... 그야말로 ‘멘붕’이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 복제약 출시일을 기다리던 제약사들은 식약처에서 제품명변경을 지시받을까 좌불안석이다. 식약처가 제품명변경을 권고해도 이미 허가가 완료돼 반드시 지켜야할 의무는 없다. 법적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을(乙)’의 입장인 제약사가 식약처 권고를 무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제품명변경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이미 대부분의 제약사가 제품포장을 끝냈다. 결국 초기물량 전체를 재포장해야한다. 몇몇 회사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 손실액을 계산기로 두드리고 있다. A사의 경우 제품명변경 시 약 14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자체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1차 재포장작업만 계산했을 때다. 2차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제품명변경과 재포장작업으로 예정보다 출시일이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제약 출시시점은 생존여부와 직결된다. 같은 성분 같은 효능의 제품이다 보니 경쟁력은 빠른 시장진입과 저렴한 약값에 달렸다. 시알리스 특허만료일인 9월4일보다 출시가 늦어진다면 성공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제품출시에 맞춰 준비했던 마케팅전략도 모두 물거품이 된다. 그간 투입됐던 인력과 시간까지 계산하면 14억원은 빙산의 일각이다.

B사 역시 제품명이 변경되면 약 1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B사는 필름제도 허가받았는데 사실상 필름제는 전량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 정제와 달리 필름제는 재포장과정에서 부서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근본적으로 제약사의 잘못이다. 자극적일수록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단순한 마케팅전략을 세우고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에 발기, 성관계 등이 유추되는 선정적인 제품명을 붙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는 자칫 일반인에게 불필요한 호기심을 일으켜 오남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번 식약처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식약처가 업계피해를 짐작 못했을 리 만무하다. 출시직전에야 이런 조치를 하려면 사전허가과정과 검토절차를 왜 거치는 걸까.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치 데자뷰처럼 비아그라 복제약 출시 때도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식약처 허가완료 후 선정성을 문제 삼아 상당수 제약사가 제품명을 변경해야했다.

선례가 있었는데도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는 것은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잘못이다. 일각에서는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식약처가 국회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 취하는 액션(?)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런 볼멘소리조차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헬스경향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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