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뜻 밖의 감염 ②반복되는 감염사고
간염, 뜻 밖의 감염 ②반복되는 감염사고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6.02.0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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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우 기자의 ‘불타는 금요일 뜨거운 보건이슈’] 큰 병을 앓은 뒤 생활습관을 180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 각종 TV프로그램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입니다. 이들 대부분 흡연, 음주 등 몸에 좋지 않은 행동을 반복하면서도 건강을 걱정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죠.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야 운동, 식습관개선 등으로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들이 회자되는 이유는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시청자들까지 자신의 습관을 되돌아보고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도록 만드니까요. 실수는 극복했을 때에야 돋보입니다. 반복되면 비판받기 쉽상이죠.

다나의원 C형간염집단감염사고를 보면서 이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11년 전 이 사고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 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죠. 2회에 걸쳐 연재하는 ‘감염, 뜻 밖의 간염’에서 이번 일을 연상케하는 과거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2004년 10~12월 사이 경기도 이천시 내 어느 의원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의원을 찾은 환자 가운데 70여명에게서 심한 고름이 발생한 거죠. 그것도 의사처방에 따라 주사를 맞은 부위에서요. 하지만 주사로 인한 부작용이 원인이라고 지적된 것은 몇 개월이 지난 2005년 4월입니다. 같은 해 6월 질병관리본부는 민관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거북결핵균이 주사를 통해 피해자에게 감염됐다고 발표합니다.

다나의원 C형간염발병사고 이전 경기도 이천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거북결핵균은 1981년 거북이로부터 처음 분리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파가 이뤄지지 않지만 물, 토양과 같은 자연환경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피부에 묻으면 6시간 정도 생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 특히 환자, 장기이식수술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에이즈환자는 전신감염이 일어납니다. 정상인은 오염된 주사·주사약 등이나 상처를 통해 감염되고요.

치료하려면 먼저 해당 부위를 절개해 고름을 제거하고 항생제를 먹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있어 치료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군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알고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도 상당히 생소한 데 11년 전에는 오죽했겠습니까? 피해자 입장에서는 치료를 받으러 방문한 의원에서 듣도보지도 못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원치 않은 고름과 흉터에 시달리게 된 셈입니다. 당시 피해학생보호자로 모임을 이끌던 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고통은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의 귀에서 염증이 나면서 이 의원을 찾게 됐습니다. 항생제처방으로 엉덩이주사를 맞은 뒤 주사부위가 썩기 시작했다는 군요. 급하게 대형병원에서 초음파검사를 받았지만 상당부분이 이미 괴사한 상태. 절개했을 때 속에 있던 고름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완치되지 않아 현재까지 엉덩이 상당 부분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창 미용에 관심많을 20대 중·후반일텐데 얼마나 큰 상처가 될까요?

경기도 이천 모 의원을 방문했던 환자들이 감염된 거북결핵균

질병관리본부는 중간보고 당시 분말항생제를 녹이는 데 사용한 대용량 생리식염수를 개봉한 채 장기간 사용하면서 오염됐을 것이라 추정했습니다. 보통 주사제를 제조할 때 위생을 위해 개별적으로 포장된 20cc 생리식염수 제품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의원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500~1000cc 대용량 생리식염수를 사용하는 가운데 거북결핵균에 노출됐을 것이라는 추정이었죠.

당시 내과의사회는 “주사를 사용할 때 쉽다는 이유로 증류수를 링거병에서 뽑아 쓰는 방법보다는 20cc 증류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고 민관공동조사단 역시 “의료기관은 대용량 생리식염수를 개봉해 장기간 사용하지 말고 분말로 상생되는 주사제는 1회용 주사희석액을 반드시 동봉해 포장유통해야 한다”고 복지부에 건의했죠.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 사고 이후로 대용량 생리식염수의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학조사가 너무 늦게 이뤄진 탓에 주사제와 생리식염수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왜 거북결핵균감염사고가 일어났는 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맙니다. 결국 사건은 흐지부지 종결돼 버린 탓에 그 누구도 처벌되거나 법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지적해야 할 점은 원인규명이 어렵게 됐다 해도 의원 내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비위생적인 주사제조가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다만 생리식염수가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당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 관계자는 “최종조사결과는 대형생리식염수를 반복사용하는 과정에서 주사기가 오염됐다는 중간보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많은 언론보도가 이뤄졌지만 명확한 결과가 없어 사회적인 관심에서 멀어졌죠. 이와 관련해 당시 역학조사과장였던 질병관리본부 모 센터장과의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복지부와 이천시는 의원에 구상권을 청구, 피해자들에게 치료비 2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원장의 행방은 아직까지 묘연하다고 합니다. 사고 직후 의원을 폐업한 뒤 외국으로 도피한 다음 1년간 입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면허는 취소되지 않았으니 어디선가 의료행위를 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의원이 있던 건물은 원장부인의 명의로 남아있다고 하고요.

2015년 다나의원과 2004년 경기도 이천시 내 모 의원. 11년 사이로 ‘쌍둥이’라고 말할 만큼 비슷한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는 다나의원 C형간염집단감염사고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①의료기관에서 감염병 발생 ②비위생적인 의료행위 ③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 ④해당 의원장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처벌 ⑤구제되지 못한 피해자 등이 그것입니다. 

이번 다나의원 C형간염집단감염사고에 대해 복지부는 유사사고를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보건당국이 개선의지를 밝힌 것은 반겨야 할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국민적 관심과 피해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11년 전 이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개선이 미리 이뤄졌다면 지금같은 사고가 생기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과거나 지금이나 피해자들은 정부도움 없이 자신들의 피해에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국가에서 발벗고 나서주는 사람은 없더군요. 피해당사자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어요.” 당시 2개월간 생업을 포기하고 피해대응에 나섰던 한 아버지의 말이 씁쓸하게 기억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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