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어릴 적 상상, 현실이 된다?
‘원격의료’ 어릴 적 상상, 현실이 된다?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6.03.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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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미래세계다!” 어린 시절 막연히 상상했던 미래는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신민우 기자의 ‘불타는 금요일 뜨거운 보건이슈’] 어린 시절 선생님은 가끔 학교숙제로 ‘미래상상도’를 그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도화지에 물감을 적셨죠. 비행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해주는 가사로봇, 집에서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장비……. 서툰 솜씨로 그림을 완성해나가면서 ‘정말 세상이 이렇게 변할까?’하는 즐거운 상상의 나래도 펼쳤습니다.

자, 이제 동심에 젖는 시간은 끝났습니다. 지금 세상을 보면 우리가 상상했던 많은 기계들이 개발된 시대입니다. 이동식 텔레비전은 DMB로, 얼굴을 보고 통화하는 전화기는 스마트폰으로 현실화됐습니다. 게다가 이제 집에서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처럼 미래지향적인 일만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는 ‘원격의료’이야기입니다.

원격의료는 컴퓨터처럼 양방향통신수단을 이용해 환자와 의사가 화상으로 대화하는 진료방식입니다. 의료정보, 환자기록 등 각종 의료데이터도 쉽게 주고받게 되죠. 방식에 따라 원격자문(의료인 간 의료지식 공유), 원격진료(의사가 원격으로 환자진단 및 처방), 원격모니터링(의사가 원격으로 환자상담 및 교육)으로 나눠집니다. 현재는 원격자문과 원격모니터링만 법적으로 허용된 상태입니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는 ‘2차 원격의료시범사업’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2015년 3월부터 148개 참여기관에서 5300명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실시한 결과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됐고 만족도도 80% 이상이라는 내용이었죠. 그러자 의사협회가 “정부가 발표한 임상적 유효성이라는 것은 통계적인 의미일 뿐 의학적 수준의 효과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 35년 전 만화 ‘심술통’을 그린 이정문 화백의 미래상상도 일부분입니다. 얼마 전 이정문 화백의 상상 대부분이 현실화됐다는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원격의료, 특히 원격진료는 오랫동안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특히 현 정부는 원격의료의 제도화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죠.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은 “원격의료가 매해 일자리 3만9000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한 달 뒤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이 시골에서 이뤄지는 원격의료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원격진료는 참 편리한 수단입니다. 도서벽지, 군부대, 원양선박, 교정시설처럼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의료접근성이 훨씬 좋아질 테니까요. 실제로 이번 시범사업에서도 이 같은 의료격오지를 대상으로 실시됐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무 대책 없이 원격진료가 일상화될 경우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현상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집 안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의사선택권이 훨씬 넓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상경(上京)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시골주민도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서울대형병원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누가 동네의원을 방문하려고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의료생태계가 대형병원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메르스사태 당시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한다는 방침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한 것입니다.

약 처방도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지금은 환자가 약을 약국에서 직접 수령하게 하고 있지만 원격의료가 이뤄진다면 누군가 대신 전달해줘야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약이 누락될 수도 있고 혼선이 빚어져 엉뚱한 약이 배달되거나 뒤바뀔 수도 있겠죠. 이로 인한 배달사고는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이 또한 원격진료에 앞서 반드시 대책을 세워야 할 문제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의 확대운용에 대한 우려를 두고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정부는 원격의료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입장입니다. “원격의료는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시행된다. 이는 의료법개정안에도 명시돼 있다. 또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가벼운 만성질환에 대해서만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도시지역에 전면적으로 운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사실이 아니며 시범사업 이상의 원격의료를 추가실시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았다.”시범사업 결과보고 당시 복지부의 발표입니다.

외국어를 몰라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외국인과 간단한 대화도 할 만큼 편리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의료적인 문제, 생명과도 연관이 있는 사안이니만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복지부의 의견처럼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격오지를 위한 의료체계로 남을지 아니면 의료생태계를 뒤바꾸는 제도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원격의료는 유용한 진료체계이면서도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이 미래기술을 어떻게 제대로 활용할 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우리는 어릴 적 상상했던 미래로 나아가는 문턱에 서 있습니다. 그 미래를 유토피아로 만드느냐 디스토피아로 만드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국민의 몫이자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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