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다 우울하지…’ 포기 마세요
‘나이 들면 다 우울하지…’ 포기 마세요
  • 신민우 기자 (smw@k-health.com)
  • 승인 2016.03.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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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늙으면 당연히 그런 것 ’ 방치하다 시기 놓쳐 극단적 선택
ㆍ정신과치료 거부감도 한몫…“인식 바꿔 적극적 치료해야”

우울증으로 인한 노인자살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가운데 노인들의 편견이 질병예방·치료를 오히려 방해한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 분석결과 60세 이상 노인의 우울증진료비청구건수는 2011년 145만250건에서 2015년 175만660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노인여성 청구건수는 남성보다 130% 많았다.

 

 

 


노인들은 우울증을 단순노화 때문이라고 인식하기 쉽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노인정신과 임선진 전문의는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 삶이 재미없으면 당연히 우울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우울증이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울증으로 인한 소화불량, 두통 때문에 여러 병원을 전전한 뒤에야 정신과에 방문,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임 전문의는 “노인우울증은 가면에 가려진 것처럼 드러나지 않아 ‘가면성 우울증’으로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노인우울증의 원인은 자식과의 불화, 경제문제, 배우자와의 사별 등 다양하다. 하지만 정신과에 거부감을 갖거나 우울증판정사실을 자식에게 알리지 않는 일이 많다. 이에 따라 극단적으로 목숨을 끊는 일도 심심찮다.

노인우울증의 심각성은 10년 전부터 지적됐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2004년 “자살노인의 50~87%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보고했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은 노인자살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우울증을 앓는 노인의 자살성향은 일반노인보다 3배나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치료가 쉽지 않다.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이진 교수는 “노인에게는 약 용량을 낮게 처방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신체문제로 약을 많이 복용하고 있어 약처방에 제한도 많다”고 말했다. 임 전문의도 “노인들은 우울증판정을 부정한 채 신체만 치료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간신히 설득해 치료를 시작해도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인식변화’를 촉구한다. 박 교수는 “독거노인, 우울증을 극심하게 겪는 노인들은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어 의료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며 “이들이 생각을 바꿔 외부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문의 역시 “노인들에게 우울증은 단순우울감이 아님을 알리고 자식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치료계획이 세워진다는 사실도 설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가족과 지역노인에게 우울증의 특성을 알릴 수 있는 캠페인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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