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은 감기, 두통만큼이나 흔한 증상이다. 필자 역시 진료실에서 오랜 시간 외래진료를 보기 때문에 매달 한번쯤은 허리통증을 느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200만명 이상이었다.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이 척추질환에 시달리는 셈이다. 진료건수는 약 8800건으로 비용만도 3조8760억원에 달했다.
허리통증에 자주 시달리거나 고통이 심할 때면 “허리디스크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든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봤을 때 허리 아픈 사람 100명 중 4명 정도만 허리디스크가 원인이다. 대부분 인대, 근육, 힘줄 등이 원인인 비특이적 요통이다. 허리디스크를 지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허리디스크는 좌골신경통, 요추신경근병증, 추간판탈출증 등 여러 용어로 불린다. 정확한 의학적 표현은 추간판탈출증에 의한 요추신경근병증이다. 척추뼈 분절 사이에 있는 디스크(추간판)가 탈출하면서 신경주위에 염증을 발생시키고 심하면 척추신경근(뿌리)을 압박,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발생한다.
얼마 전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30대 청년이 허리와 다리뒤쪽에 통증이 있다며 진료실을 찾았다. 이 환자는 이미 다른 의료기관에서 MRI를 촬영하고 디스크돌출진단에 따라 수술을 권유받았다. 디스크환자 중에는 수술이 분명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이 환자는 필요치 않았다.
수술 없는 치료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의학적 기준에 따라 전문의의 지시를 잘 따르기만 하면 환자 대다수는 통증을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돌출된 디스크가 저절로 흡수돼 그 크기가 작아진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의사조차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척추질환으로 인한 입원치료가 한 해에 130만건 정도 발생한다. 가장 많은 상병은 27만명 정도가 입원치료를 받는 디스크(추간판장애)다. 척추수술도 15만건이나 이뤄졌다.
2006~2013년에 걸쳐 척추전문병원 척추수술조정률은 18.7%로 10명 중 1~2명에게 과잉수술이 이뤄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통증은 잘못된 자세나 과도한 스트레스 등 발생원인을 고치면 치료 없이도 2개월 내에 대부분 좋아진다. 돌출된 디스크도 환자의 70~80%는 저절로 흡수돼 크기가 작아진다. 물론 100%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크기가 70% 정도 줄어든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디스크돌출정도가 심할수록 흡수가 잘 돼 크기가 더 많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디스크가 완전히 떨어져 나온 경우는 디스크수핵분리라고 부른다. 통증이 매우 심하고 MRI사진을 통해 상태를 직접 봤을 때 매우 심각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떨어진 디스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100% 흡수돼 사라진다. 따라서 돌출된 디스크를 일부러 제거할 필요는 없다.
허리디스크의 자연변화에 대한 기본의학지식을 습득하고 있다면 허리디스크가 생겨도 치료에 있어 보다 나은 결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장수시대에 사는 현대인은 몸을 더 건강하게 지키는 동시에 축복받은 인생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