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프씨드가 ‘대마’? 마약과 혼동 말아야
햄프씨드가 ‘대마’? 마약과 혼동 말아야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6.05.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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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햄프씨드라는 건강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알고 보니 대마의 씨앗이다. 마약으로 취급되고 있는 대마가 건강식품이라니 당황스럽다. 하지만 햄프씨드는 우리가 흔히 아는 대마초의 씨앗과 차이가 있다.

대마(大麻, Cannabis sativa L.)는 뽕나무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목이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목화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옷감을 짜는 가장 오래된 작물로 활용됐다. 우리말로 ‘삼’이라고 불리며 수의. 상복을 만드는 삼베의 원료가 바로 대마줄기다. 1960년대 주한미군들이 대마잎을 말아 피우면서 국내에 마약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마는 종류에 따라 환각성분에 차이가 있다. 마리화나라고 불리는 종은 환각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함량이 6~20% 정도로 높다. 반면 THC함량이 1~2% 이내로 낮은 종을 보통 햄프라고 부른다. 햄프도 품종에 따라 THC의 함량이 다른데 최근 0.5% 미만의 품종도 개발돼 있다. 게다가 햄프에는 THC의 환각효과를 억제하는 카나비디올(CBD)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햄프는 사티바 종이 많고 마리화나는 인디카 종이 많다.

국내에 자생하는 대마도 햄프에 속한다. 국내 대마의 THC함량은 5.8%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줄기는 가공해 활용하고 껍질 벗긴 씨앗을 대마씨앗, 대마유로 만들어 식품이나 화장품 등으로 판매할 수 있다. 잎과 껍질은 소각하거나 묻어야한다. 단 마리화나는 재배와 유통이 전면 금지돼 있다.

대마씨앗은 과거부터 죽으로 먹거나 기름을 내 사용해 왔다. 본초강목은 대마(大麻)나 화마(火麻)로, 동의보감은 마(麻)라고 기록했다. 당시에도 씨앗을 약으로 사용할 때는 껍질을 제거해 사용하도록 했다. 껍질을 벗겨낸 이유는 식감을 높이고 유효성분을 쉽게 추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지금도 한의사는 대마씨앗을 마인(麻仁)이나 마자인(麻子仁)이라고 해 ‘껍질이 제거’된 상태로 합법적인 약으로 처방한다. 껍질을 제거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환각성분 때문이다. 껍질에도 소량이기는 하지만 THC를 함유하고 있어서다. 시중에 식품으로 유통되는 햄프씨드 역시 모두 껍질을 제거, 분쇄한 상태로 유통되고 있다.

한동하 원장

외국의 경우는 저마약성인 햄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돼 있고 의식주 산업전반에 걸쳐 다양한 제품을 출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햄프씨드의 국내유행도 이러한 추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식약처도 2015년 2월 대마씨앗과 대마씨유에 대한 THC 허용함량을 각각 5mg/1kg 이하, 10mg/kg 이하로 고시해 법적 기준을 마련했다.

햄프씨드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심혈관질환이나 여성 자궁건강에 도움이 된다. 고단백이면서 식물성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다이어트에 효과가 큰 것으로 홍보되고 있다. 하지만 칼로리가 550Kcal/100g 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탄수화물함량도 100g당 8%정도 된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것은 ‘살이 덜 찐다’는 의미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부작용도 있다. 많이 먹으면 쉽게 설사를 유발한다. 과거에는 변비치료제로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또 껍질이 벗겨진 상태로 분쇄돼 유통이 이뤄지는 만큼 소화는 잘 되지만 식이섬유는 거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마치 들깨가루가 쉽게 상하는 것처럼 쉽게 산패한다. 따라서 포장을 뜯은 경우 빨리 먹는 것이 좋다.

햄프씨드의 유행이 마약에 관대해졌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지 영양가치가 높고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연구됐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햄프씨드는 구별해야한다. 햄프와 마약인 대마초는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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