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치료에도 효과 없다면? ‘말초혈관질환’ 의심해봐야
통증치료에도 효과 없다면? ‘말초혈관질환’ 의심해봐야
  • 김영범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 진료부원장
  • 승인 2016.07.22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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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파행이란 환자가 일정거리 이상 걸었을 때 다리저림 등 통증이 발생하거나 근력저하소견이 발생해 더 이상 걷지 못하고 쉬면 호전되는 증상을 말한다.

간헐적 파행은 척추협착증의 주된 증상이긴 하지만 하지의 말초혈관질환의 대표증상이기도 하다. 특히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김영범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 진료부원장/재활의학연구센터장

하루는 83세의 남성노인환자가 수십 미터만 걸어도 발생하는 양 다리의 통증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다른 여러 병원을 다니며 허리주사 등 비수술치료를 수차례 받았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다른 병원에서 시행한 MRI 사진 상으로는 척추관이 좁아져 있기는 했지만 신경을 압박할 정도로 심한 척추협착증을 일으킬 만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허리가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진료실을 찾은 어르신께 허리가 원인이 아닐 것 같다고 설명하고 먼저 혈관조영술을 시행해보자고 권유했다. 여러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답답했던 어르신과 가족들은 흔쾌히 검사에 응했다.

검사결과 말초혈관질환으로 무릎 아래쪽 동맥이 막혀 보이지 않는 증상이 관찰됐으며 어르신은 혈관외과로 전원돼 혈관재개통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어르신을 괴롭히던 다리통증은 거의 사라졌다.

동맥경화질환은 심장에 오면 심근경색, 뇌혈관에 오면 뇌경색이라 불린다. 하지만 다리동맥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따라서 허리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 치료를 시작했지만 호전되지 않을 경우 동맥경화질환을 의심해봐야한다.

명확한 구분은 힘들지만 간헐적 파행의 양상으로 분별이 가능할 때도 있다. 산을 내려오거나 허리를 펴고 걸을 때는 통증이 심하지만 ‘쇼핑카트징후’ 라고 해서 허리를 구부려 쇼핑카트를 밀 때, 산 또는 계단을 오를 때처럼 허리를 구부렸을 때 통증이 다소 완화된다면 척추협착증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반대로 허리를 구부리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거나 발등 중간에서 느껴지는 발등동맥과 안쪽 복숭아뼈 뒤쪽에서 느껴지는 후경골동맥의 박동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 손발이 차고 청색증이 있는 경우는 하지의 말초동맥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 말초동맥질환 시 하지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면 혈류량이 감소해 일정거리를 걸으면 다리에 통증이 발생하는 간헐적 파행증상이 나타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문의들도 자신의 분야에 따라 보이는 정도가 틀리다. 위의 예처럼 간헐적 파행증상이 있는 경우 근골격계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은 척추협착증을 먼저 떠올릴 것이며 혈관외과 전문의들은 혈관에 중점을 둬 말초혈관질환에 좀 더 무게를 둘 것이다.

물론 양하지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척추협착증 같은 허리질환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치료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때는 하지의 말초동맥질환일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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