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종합사회복지관은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식사를 거를 우려가 있는 어르신들을 선정해 경로식당과 식사배달, 밑반찬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밑반찬은 화요일과 목요일 두 번 배달된다. 기자가 복지관을 찾아갔을 때 점심준비와 음식배달 포장으로 주방은 분주했다. 주방에서 조리하는 봉사자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젊은 봉사자들이었다.
대학생들이 강의가 없는 날이나 수업과 수업사이에 틈을 내 오거나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돕고 있었다. 서동미(26) 양은 “주택금융공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판자촌에서 생활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 봉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포장이 끝나고 봉사자들과 사회복지사를 따라 배달에 나섰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가는 좁은 골목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복지사와 함께 간 집은 김방현(71) 할아버지가 혼자사는 집이였다.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시는 할아버지에게 반찬을 건네 드렸다.
지난번에 받은 반찬통을 내놓으며 김 할아버지는 연신 고마워하면서 “난 고혈압이 있는데 복지관에서 만들어 오는 음식은 노인들 건강을 생각해 짜지 않게 만들어 준다”며 복지사가 건넨 반찬을 두 손으로 받았다. 김윤태 사회복지사는 “당뇨 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은 따로 표시해 음식을 배달한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물으니 할아버지 얼굴이 금세 굳어진다. 할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기는 사실 좀 어렵다”며 “그 돈으로 방세, 수도세, 전기세 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시장에서 중고 옷을 사 입는다는 할아버지. 김 복지사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별도의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수급비로만 생활해야 하니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전재옥(81) 할머니 댁이었다. 할머니 집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것은 집안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연탄이었다. 연탄 주변에 핀 곰팡이가 봄꽃을 대신하는 듯 했다. 이번 혹한을 어떻게 견뎠는지 묻자 할머니는 “연탄을 아끼려고 방 한 칸은 연탄불이 안 들어오게 해 겨울을 났다”고 회상했다.
김 복지사는 “할머니는 다행히 의료수급 1종에 해당돼 병원진료비가 무료지만 정밀검사는 아무 혜택이 없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노인들의 몫”이라며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치과진료는 의료수급에 해당이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얘기 도중 할머니 오른손 검지에 골무가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부터 붓기 시작해 빨간약을 바르고 골무로 씌워놨다고 한다. 원래 당뇨가 있는 할머니에게 혹시 합병증이 온 건 아닐까 싶어 점심시간이 끝난 후 복지관 안에 있는 보건소에 가자며 한 시간 뒤에 오겠노라 약속하고 할머니 집을 나섰다.
할머니와 약속한 한 시간이 채 안돼서 다시 할머니 집을 찾았을 때 현관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할머니와 마주쳤다. 무릎이 아픈 할머니는 사회복지사 손에 의지해 힘겹게 한칸 한칸 계단을 내려왔다. 복지사의 손을 꼭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보건소로 가는 할머니 머리위로 비추는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우리 노인복지의 앞날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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