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쪽방촌, 도심속 독거노인의 삶
[현장취재] 쪽방촌, 도심속 독거노인의 삶
  • 강인희 기자
  • 승인 2013.04.23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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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볕이 따뜻했던 지난 16일 전국이 각종 봄꽃축제로 소란스러운데 중림동 판자촌은 적막했다. 충정로역에 내려 작은 언덕을 오르면 지난해 개관한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의 육중한 모습이 보인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도심의 고층빌딩과 어울리지 않는 판자촌이다. 쪽방촌이라 불리는 그 곳에서 독거노인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은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식사를 거를 우려가 있는 어르신들을 선정해 경로식당과 식사배달, 밑반찬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밑반찬은 화요일과 목요일 두 번 배달된다. 기자가 복지관을 찾아갔을 때 점심준비와 음식배달 포장으로 주방은 분주했다. 주방에서 조리하는 봉사자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젊은 봉사자들이었다. 

대학생들이 강의가 없는 날이나 수업과 수업사이에 틈을 내 오거나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돕고 있었다. 서동미(26) 양은 “주택금융공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판자촌에서 생활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 봉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림종합사회복지관 김윤태 사회복지사가 16일 전재옥 할머니를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포장이 끝나고 봉사자들과 사회복지사를 따라 배달에 나섰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가는 좁은 골목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복지사와 함께 간 집은 김방현(71) 할아버지가 혼자사는 집이였다.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시는 할아버지에게 반찬을 건네 드렸다.
 
지난번에 받은 반찬통을 내놓으며 김 할아버지는 연신 고마워하면서 “난 고혈압이 있는데 복지관에서 만들어 오는 음식은 노인들 건강을 생각해 짜지 않게 만들어 준다”며 복지사가 건넨 반찬을 두 손으로 받았다. 김윤태 사회복지사는 “당뇨 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은 따로 표시해 음식을 배달한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물으니 할아버지 얼굴이 금세 굳어진다. 할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기는 사실 좀 어렵다”며 “그 돈으로 방세, 수도세, 전기세 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시장에서 중고 옷을 사 입는다는 할아버지. 김 복지사는 “기초생활수급자는 별도의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수급비로만 생활해야 하니 어려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전재옥(81) 할머니 댁이었다. 할머니 집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것은 집안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연탄이었다. 연탄 주변에 핀 곰팡이가 봄꽃을 대신하는 듯 했다. 이번 혹한을 어떻게 견뎠는지 묻자 할머니는 “연탄을 아끼려고 방 한 칸은 연탄불이 안 들어오게 해 겨울을 났다”고 회상했다.  

김 복지사는 “할머니는 다행히 의료수급 1종에 해당돼 병원진료비가 무료지만 정밀검사는 아무 혜택이 없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노인들의 몫”이라며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치과진료는 의료수급에 해당이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얘기 도중 할머니 오른손 검지에 골무가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부터 붓기 시작해 빨간약을 바르고 골무로 씌워놨다고 한다. 원래 당뇨가 있는 할머니에게 혹시 합병증이 온 건 아닐까 싶어 점심시간이 끝난 후 복지관 안에 있는 보건소에 가자며 한 시간 뒤에 오겠노라 약속하고 할머니 집을 나섰다.  

할머니와 약속한 한 시간이 채 안돼서 다시 할머니 집을 찾았을 때 현관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할머니와 마주쳤다. 무릎이 아픈 할머니는 사회복지사 손에 의지해 힘겹게 한칸 한칸 계단을 내려왔다. 복지사의 손을 꼭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보건소로 가는 할머니 머리위로 비추는 따뜻한 오후의 햇살이 우리 노인복지의 앞날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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