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③시니어이혼의 새로운 트렌드, 졸혼과 휴혼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③시니어이혼의 새로운 트렌드, 졸혼과 휴혼
  •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
  • 승인 2017.03.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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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객원기자

지난해 배우 백일섭 씨가 졸혼(卒婚)상태라고 커밍아웃한 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그의 최근 졸혼생활이 연일 화제다.

아내를 안본지 1년이 넘었다는 그는 싱글라이프에 적응 중이다. 졸혼 후 혼자 반찬 만드는 법을 배우고 건강관리를 위해 아쿠아로빅에 등록한다. 손자들을 보러 가서 사탕만 주고 아내를 보지 않고 돌아오기도 한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서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결혼제도의 책임과 의무에서는 벗어나지만 만남 자체는 이어간다.

일본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졸혼시대’라는 책에서 제시한 신조어다. 국내에서는 tvN드라마 '디어 마이프렌즈'에서 신구와 나문희가 시니어 졸혼부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별거와 달리 졸혼은 같은 집에서도 가능하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부부가 함께 살아야하는 기간이 늘어났다. 100세 시대가 시작되면서 반평생 이상 같이 살아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을 그저 참으면서 살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길어졌고 이에 따라 한동안 황혼이혼이 사회적 이슈였다.

황혼이혼은 보통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한 부부를 통계로 잡는다. 통계청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이혼의 약 30%는 황혼이혼이었다. 특히 결혼생활 30년 이상의 황혼이혼건수는 10년 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이혼은 배우자와 법적으로 모든 관계가 종료된다. 하지만 막상 이혼하려면 현실적인 이유로 망설여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졸혼이나 휴혼(休婚)이 거론되고 있다. 휴혼은 별거처럼 잠시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다. 황혼이혼이 법적인 졸업라면 졸혼이나 휴혼은 개인의 ‘자체숙려기간’인 셈이다.

이미 일본은 황혼이혼이나 졸혼시대에서 더 나아가 사후이혼까지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 사후이혼은 사망한 배우자의 친족과 관계를 단절하거나 배우자와 별도로 무덤에 묻히기를 원하는 것이다.

오래 결혼생활을 해온 부부가 혼자 살려면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이호선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혼 후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요인은 자녀관계였다. 자녀와 정서적으로 분리되면 노인의 고립감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상황이 변할 때 심리변화와 폭음이 많았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폭음으로 인해 건강은 물론 자녀관계도 악화된다. 게다가 장기적인 정서적 분리감은 자살충동에 사로잡히게 해 자살시도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노년의 이혼은 많은 스트레스를 불러 온다.

오랫동안 혼인관계는 결혼과 이혼으로 양분돼 왔다. 과거에는 이혼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봤지만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젊은 층은 이미 결혼제도에 회의를 느끼면서 결혼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또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비혼(非婚)도 늘어났다.

노년층의 트렌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결혼은 했지만 결혼제도에 지친 노인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결정으로 이혼하는 경우 부부 모두에게 더 큰 재앙이 닥치기도 한다. 이때 졸혼이나 휴혼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서로 떨어져 살다 보면 익숙해진 탓에 미처 안보이던 장점들이 보일 수 있다.

결혼생활의 속사정은 당사자들만 안다.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든 결국은 모두가 노년에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선택이 아닐까. 지금 나의 결혼생활은 어떤가? 고령사회에서는 늘어난 수명만큼 노년의 삶에 있어서도 다양한 선택이 존중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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