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수시로 화장실에 들락거려야 하는 설사의 괴로움. 겪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소화기관은 외부에서 다양한 음식물을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장부로서 다양한 자극물질, 세균,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된다. 또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에 의해 위장운동에 이상이 생기면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설사는 1일 3회 이상 묽거나 수양성 변을 보는 것을 말하며 지속기간에 따라 급성설사, 지속성설사, 만성설사로 나뉜다. 급성설사는 14일 미만, 지속성설사는 14일~4주간, 만성설사는 4주 이상 지속되는 설사를 말하는데 일반의약품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설사는 급성설사에 한한다. 지속성·만성설사의 경우 다른 기저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한다.
설사의 원인은 보통 다음 4가지로 나뉜다.
■삼투압성 설사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대장균감염 등으로 인해 장점막이 손상되면 음식물흡수가 저하된다. 이렇게 흡수되지 않은 물질은 물을 끌어 당기는데 이로 인해 장내 수분이 많아지면 설사를 하게 된다. 이를 삼투압성 설사라고 한다. 마그네슘이 함유된 제산제를 과다 복용하는 경우에도 나타나며 마그밀 같은 변비약은 이 원리를 이용해 변비를 치료하기도 한다.
■분비성 설사
장 점막에는 분비세포가 있는데 이 분비세포가 체액을 너무 많이 분비하면 소장 내에 체액이 많아져 설사를 하게 된다. 주로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 콜레라와 같은 균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 삼투압성 설사와 분비성 설사는 증상만으로는 쉽게 구분되지 않으며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염증성 설사
장 점막의 염증으로 인해 체액이나 음식물이 흡수되지 않으며 점막손상으로 인한 점액과 혈액, 고름이 장 안으로 유입돼 발생하는 설사다. 주로 대장균이나 이질 아메바 등에 감염돼 나타나며 설사에서 점액, 혈액, 고름 등이 발견된다.
■운동성 설사
장 운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져 설사가 나타나는 경우인데 과민성대장증후군, 당뇨병성신경병증 등이 이에 속한다.
설사는 대부분 12~48시간 이내에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설사로 인해 탈수가 동반된다면 자가치료를 해야 할지 빨리 응급실이나 병원에 가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시적인 설사가 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면 약국에 있는 일반의약품으로도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환자: 지난 주에 필리핀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귀국하는 날부터 속이 좋지 않고 설사를 하네요.
약사: 그러시군요. 혹시 귀국 전날 야시장 같은 곳에서 음식을 드셨나요?
환자: 동남아는 야시장이 좋다고 해서 맥주도 좀 먹고 시장에 있는 음식도 먹었지요.
약사: 네. 보통 여행자 설사는 음식에 있던 균 감염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 많고 잠복기가 하루 정도 되기 때문에 보통 다음날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열은 없나요?
환자: 특별히 그렇진 않아요.
약사: 그렇군요. 그렇다면 일반의약품으로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설사약도 몸의 상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종류가 다양합니다.
■로페라마이드
로페라마이드는 장분비세포의 지나친 분비를 막고 장 운동을 저하시킨다. 분비세포의 분비량이 줄면 장내 체액이 줄고 장 운동이 저하되면 음식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흡수량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설사가 멎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염산로페라마이드캡슐이 있다.
성인 급성설사인 경우 처음엔 로페라마이드 4mg(로페라미이드2캡슐)을 투여하고 유지량으로는 묽은 변이 있을 때 2mg(1캡슐)을 투여한다. 보통 1일 3~4회 투여하면 최대 8캡슐까지 복용할 수 있다. 9~12세 소아의 경우 처음에는 2mg(1캡슐)을 복용하고 1일 3캡슐 이하로 복용한다.
로페라마이드캡슐은 주로 비염증성설사에 사용한다. 열이 나고 점액, 혈변이 있는 염증성설사에는 주의해 사용해야한다.
■차살리산 비스무스 복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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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살리산 비스무스는 급성설사치료에 효과적인 성분이다. 차살리산 비스무스는 염산과 반응해 옥시염화 비스무스와 살리실산을 형성한다. 옥시염화 비스무스는 위장관에서 흡수되지 않으면서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에 대한 항균작용을 하고 살리실산은 거의 대부분 흡수돼 소장분비를 억제한다. 따라서 차살리산 비스무스는 무른 변을 완화시키고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을 완화시킨다.
일반의약품 차살리산 비스무스는 복합제로 복통을 완화시켜주는 스코폴리아엑스, 베르베린 등이 함께 들어 있어 복통, 설사완화효과를 증가시켜 준다. 대표적인 제제로는 후라베린큐정, 폴리아린에프캡슐 등이 있다.
성인의 경우 1일 3회 2정(캡슐)을 복용하며 4시간 이상 간격을 두면 된다. 단 차살리산 비스무스는 살리실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아스피린에 민감한 환자는 복용하지 않는다. 또 검은 반점이 생기거나 검은색 변을 보고 혀가 검게 착색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비스무스염이 세균이 만든 황화수소와 반응해 나타난다. 착색된 혀는 부드러운 칫솔이나 혀 클리너를 사용하면 쉽게 제거된다.
■니푸록사짓
니푸록사짓은 장내 정상세균총은 파괴하지 않으면서 설사의 주 원인균에 대한 항균작용을 나타내어 감염성설사에 효과를 보인다. 보통 복통과 점액변, 후중감이 강한 설사를 할 때 사용한다. 니푸록사짓은 거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위장관을 제외한 다른 부위에 항균작용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에세푸릴 캡슐(액)이 있다. 성인의 경우 200mg(1캅셀)을 1일 4회 투여하며 소아는 연령에 따라 증감한다.
■흡착성지사제(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스멕타로 대표되는 흡착성지사제는 알루미늄 및 마그네슘의 이중실리케이트로 구성된 천연점토다. 장내에서 발생한 가스, 병원성세균, 독소, 바이러스 등을 흡착해 배설하는 효과로 복통과 설사를 치료한다. 성인의 경우 1일 3~4회 20ml, 6개월 이하는 1일 2회 10ml, 6개월~5세는 1일 3회 10ml, 5세 이상의 소아는 1일 2~3회 20ml 식간에 복용한다.
흡수되지 않는 제제로 부작용이 드물지만 간혹 변비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약을 먹지않으면 회복된다. 또 다른 약물과 병용투여 시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반드시 시간차를 두고 복용한다.
■생약제제
설사, 복통에 많이 사용하는 정로환은 크레오소트라는 목초액이 주성분으로 장내살균소독이 주역할이다. 이와 함께 나머지 생약성분이 염증과 위장운동을 조절해 복통과 설사를 완화시킨다.
■한약제제
한약제제는 다른 일반의약품과 병용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일 찬 것을 먹고 설사하는 경우라면 이중탕을, 갈증이 심하고 왈칵 쏟아지는 구토와 물 설사를 동반한다면 오령산을, 복통과 항문작열감 등이 수반된다면 황금탕을, 속이 메스껍고 답답하면서 설사한다면 반하사심탕을, 메스꺼운 느낌과 복통, 팽만감이 심하고 변에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면 대시호탕 등을 증상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환자: 설사에 사용하는 일반의약품이 다양하군요?
약사: 만약 이틀 정도 지나도 설사가 계속되거나 지나친 배변횟수, 탈수, 고열, 혈변 등이 나타난다면 신속히 병원에 가야합니다. 복통, 설사가 잦다면 장내미생물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하게 복용하는 것도 설사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 감염성설사예방을 위해 개인위생에 철저히 신경써야 합니다. 위장기능이 떨어진다면 찬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스트레스와 긴장을 줄이고 음식을 잘 조절해야합니다.
이처럼 약국에는 설사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제가 있어 제대로만 선택하면 효과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의약품은 분명 부작용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약사와 상의해 결정해야한다.
※참고자료
근거중심의 외래진료 매뉴얼(대한의학서적, 2011)
비처방약 핸드북17판(조윤커뮤니케이션, 2013)
인체생리학 제7판(라이프사이언스, 2011)
질환별 환자교육자료집(대한의학서적, 2006)
현대의료와 한방약(동국대학교출판부,2012)
임상상용방제해설(도서출판 정담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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