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⑧‘윤식당’을 통해 본 시니어의 일과 건강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⑧‘윤식당’을 통해 본 시니어의 일과 건강
  •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
  • 승인 2017.05.01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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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식당을 쓸고 닦고 등이 땀으로 다 젖어도 계속 서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손님이 없으면 먼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열심히 영어로 주문도 받아 적는다. 언뜻 젊은 청년을 연상시키지만 이 아르바이트생은 올해로 82세의 원로배우 신구 씨다.

이나영 객원기자

tvN 새 예능프로그램인 ‘윤식당’은 외국의 그림 같은 섬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은퇴 후 퇴직자들이 꿈꾸는 삶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에는 사장이자 요리담당으로 배우 윤여정(71) 씨도 출연 중이다. 그 역시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분주히 요리를 하고 쉬는 시간에는 신메뉴까지 개발한다. 

이처럼 두 배우의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모습은 젊은이들이 말하는 소위 ‘꼰대’와는 거리가 멀다. 시니어가 건강하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이들과 조화를 이뤄 연륜 있고 노련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프로그램처럼 은퇴 후 여유롭게 일도 하고 인생을 즐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 실질은퇴연령은 OECD국가 최고다. OECD 평균이 남성 64.6세, 여성 63.2세임에 반해 우리나라는 남성 72.9세, 여성 70.6세로 훨씬 높다. 우리나라 장년층의 퇴직시점이 50세 전후라고 볼 때 퇴직 후에도 노동시장에 잔류하는 기간은 20년이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퇴직했지만 노동시장에 잔류해 계속 일하는 데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고령사회에서는 노인노동인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일과 은퇴는 노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까? 

최근 국내 한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은퇴는 노인의 건강이나 삶의 만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는 전국에 거주하는 45세 이상 중고령자 1만 명을 대상으로 고용상태에서 은퇴한 실험군과 여전히 일하는 대조군으로 나눠 진행됐다.

그 결과 은퇴 후 ‘주관적 건강상태’는 19.3%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퇴 후 활동이 감소하고 사회참여가 줄어들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 은퇴는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배우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6년부터 2012년 사이에 진행된 한 패널조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은퇴한 남편과 함께 사는 아내는 그렇지 않은 아내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무려 70%나 높았다. 이는 은퇴 후 가계수입감소나 가정참여가 구성원의 신체 및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요즘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든지, 노인일자리가 부족하고 열악하다는 부정적인 뉴스가 많다. 시니어에게는 알다시피 많은 삶의 경험과 이전에 하던 일과 학습에서 얻은 지식이 축적돼 있다. 영화 ‘인턴’에서 시니어 인턴인 로버트 드니로는 오랜 직장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와 인생경험으로 열정 많은 젊은 사장, 앤 헤서웨이에게 훌륭한 멘토역할을 한다.  

로버트 드니로가 직장에서 보여주는 격려와 조언처럼 시니어의 암묵적인 지식은 나이가 많다고 결코 사장돼서는 안 될 귀중한 자산이다. 따라서 경험과 연륜을 활용한 창업과 유상자원봉사, 젊은 세대에게 멘토가 되는 것 등 양질의 일자리가 더더욱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시니어도 늘어난 근로소득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한편으로는 젊은이의 부양부담과 정부의 재정악화도 감소할 것이다.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100세 시대에는 시니어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새로운 경제성장동력도 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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