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설사약 달라는 환자들에게 고함
무턱대고 설사약 달라는 환자들에게 고함
  • 정일영 대전십자약국 약사
  • 승인 2013.05.2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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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약국에 와서 하는 말은 잘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환자: 설사약 좀 주세요.
약사: 뭐 먹고 설사하시는데요?
환자: 아니요, 변비가 있어서 설사하게 하는 약이요.

이처럼 설사하게 하는 약을 설사약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때의 설사약은 변비약을 뜻한다. 환자가 설사약이라고 하면 대개는 설사를 멎게 하는 약인 지사제를 가리킨다.

설사는 대변이 액체형태로 하루에도 여러 번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설사를 오래 하면 몸에 필요한 수분이 빠져나가 탈수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치료해야 한다. 설사가 나올 때와 변비일 때를 비교하면 몸에서는 여러모로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정일영 대전십자약국 약사


소화기관(대장)이 천천히 움직여 장 내용물이 대장에서 오래 머물면 대장에서 물기를 많이 빨아들여 장 내용물이 딱딱해져 변비가 되고 대장이 빨리 움직여 음식물이 대장을 너무 빨리 지나면 장 내용물에서 물기가 다 빠지지 못해 설사가 된다.

하지만 설사라고 해서 무턱대고 지사제부터 찾는 것은 옳지 않다. 설사란 몸에 들어온 나쁜 독소 따위를 빨리 밖으로 빼내려는 보호반응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소가 몸 안에 있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럴 때는 설사만 멎게 하면 독소가 나가지 못해 더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상한 음식을 먹고 열이 나며 설사와 함께 구토를 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설사의 원인으로는 ▲대장이 빨리 움직일 때(몸에 독소 같은 것이 들어오면 대장이 빨리 움직여 장 내용물을 액체상태로 밖으로 내보낸다) ▲대장의 수분흡수기능이 나빠졌을 때(대장기능 이상으로 대장에서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하면 죽 상태의 장 내용물이 그대로 배출된다) ▲대장 속에 나쁜 균이 많아질 때(장 속에 나쁜 균이 많아지면 장기능에 이상이 생겨 설사한다) ▲대장균이 적어질 때(어떤 이유로 대장균이 적어지면 장 내용물이 제대로 발효되지 않아 설사한다) 등이 있다.

각각의 원인에 따라 ▲장이 잘 움직이지 않게 하는 약(지사제를 너무 오래 복용하면 장이 움직이지 않아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함부로 복용하면 안 된다) ▲약 자체가 장 속에서 물을 흡착해서 장 내용물을 굳혀서 배출하는 약(물외에 유해독소도 흡착 배출하는데 너무 오래 복용하면 변비가 될 수 있다) ▲나쁜 균을 죽이는 약(오래 복용하면 몸에 필요한 대장균도 죽기 때문에 필요한 기간만 복용해야 하며 항생제를 오래 복용해도 대장균이 죽어 설사를 할 수 있다) ▲유산균을 공급하는 약(유익한 균을 공급해서 유익한 균이 나쁜 균보다 많아지면 장의 기능도 회복되어 설사가 치료된다) 등으로 설사를 치료한다.

설사의 원인에 따라 각각 다른 약을 복용해야하기 때문에 무작정 지사제만 복용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약을 복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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