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킁킁’ 개는 왜 서로 항문냄새를 맡을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킁킁’ 개는 왜 서로 항문냄새를 맡을까?
  • 최이돈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 승인 2017.12.06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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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산책 중에 또는 동물병원 등에서 낯선 개를 만나면 하나같이 하는 행동이 있다. 바로 상대방 개의 항문에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는 것.

보호자 입장에선 그다지 반갑지 않은 행동이다. 필자는 어릴 때 이런 행동을 하는 개를 보고 ‘그래서 똥개라는 표현이 생겼나 보다’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그 행동 자체가 필자에게는 적잖이 충격이었고 큰 의구심이 들지 않았나 싶다.

최이돈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개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항문에 묻은 변의 냄새를 맡기 위해서가 아니라 항문 옆에서 자기 고유의 냄새를 풍기는 항문낭의 냄새를 맡기 위해서다. 그 냄새를 통해 이 동물이 어떤 개체인지 파악하고 나를 위협하는 상대인지 아닌지도 구별한다. 즉 개가 서로의 항문냄새를 맡는 행동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은 시각이 발달했고 개들은 후각과 청각이 발달했다. 사람은 시각을 통해 외부 정보의 90%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는 것에 많은 가치를 두고 사물이나 상대를 판단한다. 하지만 개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은 후각과 청각이기에 냄새를 통해 사물과 상대를 인지하는 것이다.

항문낭은 개체 고유의 냄새를 풍기는 기능 외에 변을 잘 보게 하는 기능이 있다. 육식동물이 다른 동물을 사냥해 잡아먹다 보면 살뿐 아니라 뼈도 같이 먹게 된다. 그렇다 보니 변이 석회처럼 딱딱하고 거칠게 나와 항문에 상처를 주거나 변비를 일으킨다.

딱딱한 변이 나올 때 항문 주변에서 윤활제역할을 하는 항문낭액이 분비되면 변이 한결 수월하게 배출된다. 하지만 가정에서 사료를 먹고 자라는 개의 변은 딱딱하게 나올 일이 거의 없어 배출되지 않은 항문낭액을 정기적으로 짜줘야 한다. 그래야 소위 말하는 개 비린내가 덜하고 항문낭에 염증도 생기지 않는다.

항문낭염이 생기면 결국은 수술로 항문낭을 제거해야 하는데 심한 경우 수술 후 항문 괄약근이 약해져 변을 흘리는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항문낭 관리는 필수다.

고약한 스컹크의 방귀냄새도 실제로는 항문낭 냄새다. 힘이 약한 스컹크는 적을 만나면 몸을 돌려 항문낭액을 상대방의 얼굴에 분사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한다. 이로 인해 쇼크로 사망하는 동물도 있다고 하니 그 냄새가 가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개와 고양이도 위협을 느끼면 항문낭액을 분출한다. 동물병원에서는 주로 발톱을 깎거나 주사를 맞을 때 싫다고 몸부림치면서 항문낭액을 발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와 고양이의 항문낭 분출액 역시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 쉽게 빠지지 않을 만큼 지독하다. 후각이 발달한 개들 사이에서 항문낭냄새를 통해 개체를 식별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원래는 항문낭이 사람에게도 존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활용도가 없어지면서 진화와 함께 서서히 퇴화했다고 한다. 사람에게 항문낭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웃음이 난다.

개들이 항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행동을 지저분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개도 상대방을 응시하고 대화하는 것이라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코가 아닌 눈으로 상대를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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