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추위로 건강 되찾는 ‘크라이오테라피’
극한 추위로 건강 되찾는 ‘크라이오테라피’
  • 정희원 기자 (honeymoney88@k-health.com)
  • 승인 2018.02.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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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마티스 통증관리 위해 개발돼 비만 관리까지
크라이오테라피는 체온을 떨어뜨린 뒤 정상체온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통증완화, 부종감소, 면역증강 등 신체회복 효과를 일으킨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영하 110도 극한의 추위에서 3분을 버티는 것을 상상해보자. 어마어마한 수치에 어느 정도 추위인지 가늠되지도 않는다. 통상 영하 50도 정도에서 얼굴에 얼음막이 생기며 피부가 갈라지고 동상에 걸린다. 

최근 이러한 극한의 추위로 스스로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영하 110~140도에서 2~3분 버티는 전신 냉동요법이 새로운 건강관리법으로 떠오르면서다. 이를 ‘크라이오테라피’(cryo theraphy)라고 한다. 크라이오케어, 크라이오사우나라고도 불린다.  

이는 스포츠스타들의 회복 및 부상관리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복서 메이웨더의 승리를 이끌고, 축구선수 네이마르와 호날두의 컨디션을 상승시키며, 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의 전투력을 높였다. 호날두와 메이웨더는 수천만원을 들여 크라이오테라피 장비를 집에 구비하고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스포츠선수의 관리용도를 넘어 대중화됐다. 태닝숍처럼 ‘크라이오테라피숍’이 하나의 헬스케어 사업아이템으로 떠오른 것. 이는 헬스케어기기로 치료가 아닌 관리 역할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 떨어뜨린 체온 올리는 과정서 ‘전신힐링’

크라이오테라피가 어떻게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걸까. 전신 냉동요법은 체온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린 뒤 정상체온으로 돌아오는 체온조절 작용을 유도해 통증완화, 부종감소, 면역증강 등 신체회복 효과를 일으킨다.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 액체질소로 급속 냉동시킨 원통형 챔버에 들어가 질소가스에 몸을 노출시킨다. 영하 110~140도 극저온이지만 습기가 없어 2∼3분 정도는 무리없이 견딜 수 있다. 피부와 하부조직의 혈액순환은 충분히 유지돼 동상 우려도 없다. 

이 과정에서 피부온도는 10도까지 내려가며 피부·말초혈관이 수축한다. 이때 떨어진 체온을 다시 높이기 위해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혈액으로 산소 및 영양소가 집중 공급된다. 이를 통해 기능이 저하되거나 손상된 장기 및 근육의 피로회복이 이뤄진다. 

스트레스호르몬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등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해 우울감을 안정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스트레스 및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현대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체온을 올리는 과정에서 독성물질을 제거하고 세포재생이 활성화되며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이는 것도 막아준다. 말초까지 혈액이 충분히 공급돼 하지정맥류 등 순환이 더뎌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3분간의 세션 종료 후에는 발열 반응 및 신진대사가 활성화되는데 이런 효과는 약 2~3일 지속된다.

■ 일본서 개발, 류마티스 환자 통증관리 ‘탁월’ 

크라이오테라피는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이는 1978년 일본의 야마구치 의학박사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통증관리를 위해 개발했다. 연구 결과 극저온의 냉기를 이용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가 현저한 통증 감소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병원에서도 이를 활용한 곳이 있었다. 혜민병원 류마티스내과팀은 2004년 국내 최초로 류마티스 환자의 통증관리를 위해 전신 냉동치료요법을 도입한 바 있다. 이 병원은 물리치료·약물요법·운동요법 등을 받는 활동성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47명에게 3주간 총 25~30회 크라이오테라피를 적용했다. 1개월 후 47명 중 42명이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이 중 33명은 통증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병원 이정찬 류마티스내과장(현 서울조인트내과 원장)은 “크라이오테라피로 극도로 차가운 냉기가 피부 깊숙이 작용하면 세포성 면역이 증강되는데 류마티스관절염을 유발하는데 관여하는 보조 t세포의 수는 감소시켜주며,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억제 t세포 수는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즉 관절염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세포를 억제해 염증과 질병 활성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류마티스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는 크라이오테라피를 장기적으로 받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2~3주간 25~30회 받으면 관절·피부의 통증수용체 활성도 자체를 떨어뜨려 관절부위의 통증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든다. 당시 임상시험 참가자 중 하루에 4번 시행하는 집중관리를 받은 사람 중에는 약물 복용량을 줄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축구선수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망)가 크라이오테라피를 받고있다.
네이마르 인스타그램 출처.

■ 베이지색지방 활성화시켜 ‘자동 다이어트 모드’

크라이오테라피는 최근 해외에서 가장 인기있는 뷰티·헬스케어 트렌드로 자리잡는 추세다.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 가수 위즈칼리파·리타오라 등이 이를 받는 모습을 SNS에 공개하며 더욱 유명해졌다.

특히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는 것이 알려지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힘든 운동이나 식단조절 없이 크라이오테라피를 주기적으로 받았더니 체중이 줄었다는 ‘간증글’도 종종 보인다. 체온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비만관리의 주요 인자인 ‘베이지색 지방’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이유다. 지방세포는 흔히 연료저장고 역할을 하는 ‘백색지방세포’와 열을 생산해 나쁜 지방을 산화시키는 ‘갈색지방세포’로 나뉜다.

최근에는 백색지방조직 안에서 갈색지방세포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베이지색지방’이 발견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베이지색지방은 평소에는 백색지방으로 존재하다 일정한 자극을 받으면 갈색지방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베이지색지방은 외부자극이 없을 때에는 백색지방의 역할을 하다가 특정 신호에 의해서 갈색지방처럼 열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지색지방 자극인자로는 ▲근력운동 ▲캡사이신 섭취 ▲저온노출 등이 꼽히다. 크라이오테라피로 극저온에 노출된 뒤에는 베이지색지방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속적으로 이를 활성화시키면 말 그대로 ‘살찌지 않는 체질’에 가까워질 수 있는 셈이다.

■고혈압·심장질환 환자는 ‘안돼요’

크라이오테라피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지만 특정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X-레이·혈액검사·심전도검사 등 간단한 기본검사 후 받는 것이 유리하다. 고혈압 환자, 최근 6개월 이전에 심장수술을 받았거나 심근경색증·협심증 등 심장질환자,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을 가진 사람, 레이노증후군 환자는 피해야 한다. 갑작스런 체온저하 및 혈액순환 과정에서 무리가 될 수 있어서다. 

기자가 체험해보니...

최근 한국에서도 크라이오테라피가 관심을 받으며 국내에서도 이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스마텍플러스 크라이오케어에서 ‘소문의 그 장비’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우선 크라이오 챔버에 들어가기 전 탈의를 하고 가운과 어그부츠를 착용한다. 가스가 직접 피부에 닿아야 효과적인 만큼 속옷을 제외한 옷은 벗는다. 반지 등 액세서리는 빼야 한다. 챔버가 작동하면 금속물질이 피부에 달라붙어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귀걸이나 피어싱은 착용해도 무리가 없다.

우선 챔버에 들어가 가운을 벗고 목 아래가 전부 챔버에 들어가도록 높이를 조절한다. 기기를 작동하자마자 어마어마한 냉기가 전신에 쏟아지며 하얀 기체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차가운 느낌도 의외로 심하지 않다. 실내에 있는데 입에서 입김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1분 정도 지나며 살짝 ‘어찔’하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사라졌다. 갑자기 체온이 급감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3분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다시 가운을 입고 내려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얼굴에 홍조가 가득하다. 오들오들 떨며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다. 이런 현상은 급 떨어진 체온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발열이 이뤄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실제로 챔버에서 나오고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도 많다고. 관리 직후 화장이 잘 받는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전반적으로 개운하고 특히 매일 앉아 생활하는 탓에 무거운 다리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크라이오테라피 1회 관리비용은 스포츠마사지나 퍼스널트레이닝 1회를 받는 정도의 수준이다. 단 1시간 정도 걸리는 마사지나 PT에 비해 시간이 3분으로 짧다는 것이 차이다. 김동규 스마텍플러스 차장은 “처음엔 짧은 시간 대비 비용이 높다며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대다수”라며 “하지만 지속적인 관리로 개선효과를 느낀 이후에는 일상에 지장받지 않고 통증·미용·건강관리를 3분 안에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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