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한약 속에 스테로이드가? 무슨 말씀 “오해입니다”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한약 속에 스테로이드가? 무슨 말씀 “오해입니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8.04.1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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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최근 윤종신 씨가 MBC ‘라디오스타’에서 동계올림픽 빙상선수들과 함께 한 방송에서 “한약에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가 어떤 지식이나 의도를 갖고 한 발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마치 한약에 합성스테로이드가 들어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었다. 과연 한약과 스테로이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스테로이드는 스테롤 및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화합물의 총칭이다. 스테로이드물질에 대해 알려진 것은 오래됐지만 그 구조는 1932년에 밝혀졌다. 천연스테로이드성분은 동물계나 식물계에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식물성 스테롤성분도 많고 포유동물의 담즙산이나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도 모두 스테로이드계열의 성분이다. 

천연스테로이드성분은 생리활성물질로 작용해 다양한 생리작용을 나타낸다. 하지만 일부 독성분을 제외하고는 천연스테로이드가 함유된 동식물을 섭취한다고 해서 중독된다거나 섭취를 중단했다고 해서 곧바로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는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스테로이드는 ‘합성’스테로이드다.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다거나 스테로이드연고·크림은 모두 합성스테로이드성분이다. 합성스테로이드는 천연스테로이드를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으로 천연물에 비해 강력한 생리작용을 나타낸다. 따라서 고용량을 쓰거나 사용을 중단할 때도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보통 한약에서 스테로이드라고 언급되는 한약재는 바로 감초다. 하지만 감초는 ‘무기질코르티코이드(알도스테론)’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테로이드인 ‘당질코르티코이드(콜티손)’과는 다르다. 무기질코르티코이드는 체내 전해질균형과 함께 체액량, 삼투압조절에 관여하고 당질코르티코이드는 에너지대사를 통해 체온을 높이고 신체저항력을 높인다. 

감초의 주성분은 글리시리진으로 스테로이드와 유사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초의 글리시리진은 체내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면서 동시에 분해효소를 억제, 분해를 지연시키는 작용도 하기 때문에 체내 농도를 높이는 작용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초를 스테로이드처럼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감초도 고용량 복용 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감초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무기질코르티코이드(알도스테론)농도가 높아지면서 ‘가성 알도스테론혈증’으로 부종, 고혈압, 저칼륨혈증 등이 생길 수 있다. 전해질이나 체액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가성 알도스테론혈증이 나타나려면 하루 100~200g 정도를 한꺼번에 복용해야한다.

하지만 보통 하루에 한의원에서 감초를 처방하는 용량은 4~8g 정도이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심지어 감초가 빠진 처방도 많다. 감초 외에도 가지, 마, 콩, 도라지 등에 식물성 천연스테로이드성분이 있다. 이들 식품을 걱정 없이 먹고 있다면 감초 역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간혹 운동선수들을 보면 도핑 때문에 무조건 한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모든 한약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도핑금지성분이 포함된 마황, 마인, 호미카(마전자), 보두 등을 제외하면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합성스테로이드(당질코르티코이드)는 도핑에 걸리지만 감초는 금지품목에서 제외돼 있다. 녹용도 아무 문제되지 않는다.

한의사가 한약을 처방할 때는 전문가로서의 식견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정상적인 한의사라면 한약 처방에 합성스테로이드를 첨가하는 일은 결코 없으며 어떤 처방도 스테로이드 유사효과를 내기 위해 하지도 않는다. 한약에는 일부에서 걱정하는 스테로이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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