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고통(苦痛)’을 아시나요”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고통(苦痛)’을 아시나요”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5.2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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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하게 찾아오는 증상악화에 부정적 시선까지…건선환자보다 삶의 질↓
아토피피부염은 환자에게 악몽 같은 존재다. 가려움증, 습진, 건조증 같은 신체증상뿐 아니라 수면장애까지 유발하는 아토피피부염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낮추는 질병이다.

우리나라는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을 ‘4대 중증질환’이라 정하고 2013년부터 보장성강화 계획을 펼치고 있다. 치명적인 4대 중증질환만큼 환자들의 삶을 무너뜨리는 질환이 있는데 바로 난치성·만성질환 ’아토피피부염’이다. 외적변화를 일으키는 아토피피부염을 대다수가 환경유해인자 때문에 생기는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악몽’ 같은 존재다.

■환자 삶의 질 급격히 떨어뜨리는 ‘아토피피부염’

성인 아토피피부염은 단순한 피부병이 아닌 면역체계 이상에서 발생하는 만성전신 면역질환이다. 피부 깊은 곳에 있는 염증이 급작스레 발생해 무릎 뒤, 발목, 발, 팔꿈치 안쪽, 얼굴, 목, 손목 등에 극심한 가려움증, 습진, 건조증, 홍반, 부스럼, 진물 등을 일으킨다. 질병이 중등도-중증에 이르면 출혈, 균열, 이차감염까지 발생할 수 있다.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악화기’다. 증상이 심해지는 악화기는 부종, 수포, 삼출, 박리 같은 심각한 급성병변을 유발하기도 한다. 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연간 15.5회의 악화기를 경험하며 그중 32%는 2주 간격으로 겪었다. 질환이 심각할수록 더 자주 발생하는데 실제로 중등도환자에게서 경증환자보다 2배, 중증환자들은 무려 3배나 많이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고통이 장기간 이어진다는 것이다. 소아에서 발생한 아토피피부염이 사춘기 이후까지 지속되는 경우는 40~60%에 달했는데 실제로 미국 웨이크포레스트의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자 36%가 20년 이상 매일 가려움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나절 이어지는 가려움증…5명 중 1명은 ‘자살충동’

아토피피부염으로 인한 가려움증은 주로 초저녁과 밤에 심해지며 잠자리를 방해한다.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4일을 가려움증으로 수면장애를 겪었으며 그중 63%는 12시간 이상 가려움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2013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아토피피부염 환자 약 56%가 수면장애를, 1년에 평균 162일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박영립 회장(순천향대부천병원 피부과교수)은 “수면부족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로에 주변의 부정적 시선까지 더해지면 정신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며 “외적증상과 전염질환으로 오해하는 편견은 중등도-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을 사회에서 고립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환자 82%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특히 악화기에는 56% 환자들이 사회활동을 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3명 중 1명은 불안 및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는 일반인보다 2배나 높은 수치다. 아토피피부염과 혼동하기 쉬운 중증건선은 환자 삶의 질이 암환자보다 떨어진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등도-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도 중증건선과 겪는 상황이 비슷하다. 박영립 회장은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 ‘피부과-삶의 질 지수(DLQI)’를 비교했을 때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건선환자보다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며 “심지어 건선환자보다 불안, 우울증, 수면장애 증상을 더 많이 겪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중등도-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자살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다. 박영립 회장은 “실제 중등도-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자살충동을 더 많이 느끼며 질환이 심각할수록 비율도 높아진다”며 “한 일본 연구에 따르면 15~49세의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자살충동을 느끼는 비율은 0.21%, 중등도의 경우 6%였지만 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10명 중 2명(19.6%)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말했다.

아토피피부염은 건선보다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상이 심할수록 그 정도가 컸는데 실제 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 10명 중 2명이 질병 때문에 자살을 생각해본 것으로 밝혀졌다.

■아토피피부염 치료, ‘삶의 질 개선’에 앞서 ‘생존’의 문제

가장 큰 문제는 질환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병력, 병변범위, 중증도평가에 따라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OCS)나 면역억제제의 병용 요법을 사용되고 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 시 약 70%가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제는 부작용 위험성이 높고 경구용 면역억제제들은 아토피피부염을 일으키는 염증을 정확히 표적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국내 70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차 치료 시 두 병용요법을 사용한 환자 중 치료되지 않은 비율은 26%로 밝혀졌다. 또 2차 치료 시 38%, 3차 치료 시에는 49%로 실패확률이 높아졌다. 두 치료법 모두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장기간 사용을 권장하지 않기 때문에 평균 유병기간이 23~28년인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환자의 삶을 무너뜨리는 중등도-중증 성인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따라서 의료현장에서는 환자들이 장기적으로 투여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영립 회장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에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증상이 심한 환자에서는 치료반응이 낮아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아토피피부염 원인을 표적·차단하는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돼 기대감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보다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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