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이들의 건강관리]①소방관
[일상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이들의 건강관리]①소방관
  •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 승인 2018.08.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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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소방관은 영웅이지만 ‘초인’은 아닙니다


영화 ‘어벤져스’에서는 많은 영웅이 초인적인 힘으로 세상을 지킵니다. 보기만 해도 든든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아닌 현실의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영웅이 있습니다. 바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우리를 지켜주는 소방관, 경찰관, 간호사 등이 대표적인 직업군입니다. 이들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과연 안전할까요? 하지만 무리한 업무로 인해 영웅들의 건강은 위험한 상태입니다. 먼저 소방관의 건강상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편집자주>

소방공무원들은 직업특성 상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험한 재난·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고 부상당한 사람들을 수차례 마주하는 등 다른 직업군보다 스트레스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말 충북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올해는 경남 밀양세종병원 화재까지 이어지면서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소방공무원은 사소한 민원처리부터 인명구조까지 나서기 때문에 다양한 신체질환에 걸리기 일쑤지만 정신건강은 더욱 심각한 상태로 나타났다.

■정신적 충격에 반복노출

소방공무원들은 직업특성 상 정신적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험한 재난·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고 부상당한 사람들을 수차례 마주하는 등 다른 직업군보다 스트레스수치가 높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함께 근무하던 동료의 부상과 순직을 반복경험하면서 상태가 더욱 악화되고 구조자에게 나쁜 결과라도 발생하면 심적 부담은 배가된다. 소방관들은 설문조사에서 “지금도 순직한 동료가 꿈에 나타난다“며 ”매일매일 사고 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은 정신질환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최대 10배 높았다. 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이하 PTSD)를 겪는 비율은 10배, 우울증은 5배, 알코올중독도 7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장애 43%, 우울불안장애 20%

소방공무원에게서 PTSD와 우울증이 흔한 이유는 끔찍한 재난현장을 반복경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 시민에게 친절하게 대해야한다는 부담감 등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 항상 출동대기상태이기 때문에 스트레스수치가 높고 교대근무 때문에 수면환경도 나쁘다.

이처럼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수면장애, 우울증 등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와 고려대학교 김승섭 교수가 소방공무원 83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 수면장애비율이 43.2%였으며 19.4%는 우울·불안장애를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상태악화로 인해 자살하는 소방관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소방관 자살현황 및 순직자현황’에 따르면 2010년~2014년 순직한 소방관보다 자살한 소방관이 많은 것으로 밝혀져 소방관의 정신건강이 벼랑 끝에 있음을 보여줬다.

■의미부여로 ‘회복탄력성’ 길러야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현 교수는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다시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오게 하는 힘인 ‘회복탄력성’을 길러야하는데 소방관은 강인해야한다는 인식 때문에 정신질환이 있어도 말 못하고 계속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먼저 편하게 자신의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한다. 전문가와 자주 상담하고 가족, 친구, 동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심리적 지지를 받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김정현 교수는 “생명을 살리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높은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사명감과 보람은 정신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밝혔다. 또 일상에서 쉴 수 있을 때 ‘완벽하게’ 쉴 필요가 있다. 출동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는 소방관들은 명상, 요가, 음악감상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긴장을 푸는 것이 좋다. 친한 사람들과의 담소도 한 방법이다.

김정현 교수는 “교대근무를 해도 나름의 규칙을 세워 체계적으로 생활해야한다”며 “해가 떠있는 시간에 퇴근한다면 선글라스를 착용해 귀가하고 집에서는 암막커튼을 치는 등 적절한 수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 요청해야

자신이 우울증, PTSD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 혼자서 앓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야한다. 소방청은 최근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서비스를 크게 개선, 심리지원단이 정기적으로 소방공무원을 찾아가게 해 필요한 경우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또 공무상재해를 입은 경우 근로복지공단병원을 방문하면 본인 부담 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소방공무원들은 매 순간이 전쟁터다. 신체는 물론 정신건강까지 위협받는 소방공무원을 위한 사회의 따뜻한 시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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